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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적응 역량을 키우자]16개 지자체 실태

입력 | 2010-09-13 03:00:00

기후변화 대응 ‘맞춤형’으로… 폭염 일수 1위 대구, 적응 역량은 13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지역경쟁력센터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가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기후변화 영향(CCI)과 기후변화 적응역량(CCAC)을 조사한 결과 기후변화 영향을 많이 받지만 적응 역량은 떨어지는 지역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영향이 커지면 주민들의 피해도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자체별로 지역별 기후변화 특성에 맞는 ‘지역 맞춤형’ 적응 대책이 요구된다.

○ 해수면 상승 동남해안이 서해안보다 높아

이번 조사에서 세계적으로 국지화, 지역화하고 있는 기후변화 영향이 국내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해안선 길이, 산악지역 면적, 하천 분포 등의 자연적 지리적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산림 분포 면적이 다른 시도보다 절대적으로 높은 강원은 병충해 발생 면적 등 자연자원 부문에서 기후변화 영향과 피해가 컸다. 홍수, 산불 피해, 산사태 발생 및 복구비용도 타 지자체보다 월등히 높았다. 해수면 상승은 제주 경남 부산 등 동남해안이 전남 전북 등 서남해안이나 서해안 지역보다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황사와 오존 발생 횟수를 지표로 평가한 대기 부문에서는 경기와 인천이 각각 1위와 4위를 차지해 기후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2000년 이후 오존주의보 발령일이 연평균 3일에도 미치지 못했던 인천은 2007년 7일, 2008년 12일로 증가했다. 반면 전북 대전 제주 경북 등은 같은 기간 오존주의보 발령이 거의 없었다.

적조, 해수면 상승, 수질 악화, 수자원 부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물 부문 기후변화 영향에서는 양식업이 활발하고 지역 내 하천의 수질이 악화된 전남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전남 전북은 최근 빈번한 폭설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다. 이는 최근 기후변화로 겨울철 서남해안 일대 이상 기후로 강설일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대도시 재해 적지만 기온 상승에 취약

기후변화는 각 지자체의 자연적 지리적 요건의 차이뿐 아니라 산업 및 인구구조, 지역내총생산(GRDP), 사회기반시설 등 경제 사회적 조건에 따라 지역별로 다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과 부산 등 지리적으로 인접한 지역이 기후변화 영향을 다르게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우수한 사회기반시설을 갖춘 서울 및 광역시는 다른 지역보다 호우나 태풍 등 기후변화 영향이 낮았고 복원력도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에는 취약했다. 이는 도시 열섬효과와 열대야 현상을 불러와 삶의 질을 악화시킨다. 평균 기온은 충남 대구 대전이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1985∼2006년 연평균 열대야 발생일은 제주(21.8일)에 이어 대구(9.82일) 광주(8.55일) 부산(8.14일) 울산(7.73일) 서울(6.68일) 등 대도시 지역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기후변화는 지역에 따라 주민 건강에도 다른 영향을 미쳤다. 전남은 2008년 기준으로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에서 기후변화와 관련 있는 것으로 분류한 전염병 중 세균성이질, 비브리오, 렙토스피라 발병률이 타 시도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강원과 인천은 말라리아, 충남은 쓰쓰가무시병, 충북은 일본뇌염 발병률이 가장 높았다. 서울과 광역시는 전염병 발병률이 대체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 “영향과 적응 대책 불일치” 해소해야

기후변화의 영향 양상이 지역에 따라 판이하게 나타나고 있는데도 상당수 지자체는 그에 맞는 ‘맞춤형 적응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수면 상승이 심한 제주 경남 부산 등은 ‘해안 인접지역 개발 규제’나 연안침식 방지 대책, 연안지역 거주민 및 시설물 이주계획 등 해수면 상승 적응 대책 분야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1999∼2008년 전력소비증가율에서 1위를 차지한 울산시는 재생에너지 생산 비중, 친환경 건축물 인증 현황 등 적응 지표에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반면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 전염병 발병률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럼에도 ‘건강’ 부문 적응에서는 1위로 높게 평가받았다.

8개 전염병 발병률 종합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충남은 인구당 의료기관 수, 의사 수, 예방주사약 보유량 등 건강 부문 적응역량 평가에서는 하위권에 머물렀다. 반면 농작물 병충해 방지 대책, 내재해성 작물 육성 등 농업 부문 적응 대책과 도시공원 면적, 조림사업 면적 등 정주환경 적응 대책 등에서 최상위권이었다. 대구시는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폭염(暴炎)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지역이지만 이에 대한 적응 대책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정호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 연구위원은 “지자체가 중앙정부에 의존하다 보니 지역 특성에 맞는 기후변화 적응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편”이라며 “IPCC는 지자체와 지역사회가 기후변화 적응을 주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미흡한 지자체 대응
강원 전북만 적응정책 수립… 8곳은 담당직원 全無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지역경쟁력센터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는 기후변화 적응 역량 관련 업무를 담당한 공무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한 정성적 평가를 했다. 조사 결과는 기대치를 밑돌았다.

조사 대상의 절반이 넘는 9개 시도 공무원들이 기후변화 ‘적응’의 중요성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법적 근거를 마련해 기후변화 적응 정책을 수립했다고 응답한 지자체는 강원과 전북뿐이었다.

나머지 시도는 “기초 연구를 진행 중”이거나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단계”라고 답했다. 기후변화 적응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이 있다고 답한 지자체는 서울뿐이었고, 일부 지자체는 기후변화 관련 업무를 포괄적으로 수행하는 조직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부산, 대구, 대전 등은 아직 기후변화 적응이나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이나 인력이 없다고 답했다. 절반에 이르는 8개 지자체는 기후변화 적응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아예 1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정부 차원에선 기후변화 적응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에서 다른 주요 국가와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지자체 단위의 인식은 크게 뒤떨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어떻게 조사했나
‘적응역량’ 73개 지표 측정… 지자체 대상 첫 시도

기후변화 영향(CCI)과 기후변화 적응역량(CCAC) 평가는 기후변화의 지역별 영향과 적응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지역에 맞는 대책을 수립하도록 하기 위해 실시했다.

CCI 평가에는 △자연환경: 물, 자연재해, 생태계, 대기, 자원 △인간활동: 에너지 사용, 정주환경, 기반시설, 건강 등 9개 부문, 37개 세부 지표가 활용됐고 CCAC 평가에는 △자연환경: 물, 자연재해, 생태계, 대기, 자원 △인간활동: 정책의지, 에너지 사용, 정주환경, 기반시설, 산업, 건강 등 11개 부문에 걸쳐 총 73개의 정량적 지표가 사용됐다. CCAC 평가 과정에서 관련 통계가 없는 지표의 경우 각 지자체 관련 업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로 정성적 평가를 병행했다.

기후변화 ‘적응역량’ 평가 지표는 대부분 이번 평가를 위해 새로 만들었다.

국가 단위가 아닌 지자체를 대상으로 기후변화의 영향과 적응역량을 계량적으로 평가한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는 지난해 6월 국내외 20개 대도시권을 대상으로 메가시티리전(MCR·광역경제권) 경쟁력지수(MCI) 발표에 이어 지난해 12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함께 163개 기초생활권(시군)을 대상으로 경쟁력지수(RCI)를 발표한 바 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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