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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론, 뜨거운 인기가 괴로워…

입력 | 2010-09-06 03:00:00

도입 한달여 만에 1년치 대출한도액 30% 육박




《7월 말 선보인 서민전용 대출상품 ‘햇살론’이 너무 인기여서 문제다. 대출 과열 경보가 울리고 있다. 햇살론은 연평균 30%가 넘는 캐피털사와 저축은행의 고금리 신용대출로 인한 서민의 고통을 덜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내놓은 대출 상품. 신용등급 6등급 이하 저(低)신용자 또는 연소득 2000만 원 이하의 저소득층에게 10%대 초반의 낮은 금리로 최대 1000만 원의 생계자금을 대출해주면서 도입 첫날부터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로 도입 한 달가량의 대출실적이 1년 치 목표의 30% 선에 육박하면서 오히려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너무 빨리 이용자가 늘다 보니 햇살론을 빌려간 대출자들이 대출금을 갚지 않을 때를 대비해 쌓아둔 보증 재원이 소진돼 올해 말쯤 대출 중단사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느슨한 대출자격 요건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7월 26일 출시된 햇살론은 지난달 31일까지 모두 6만1663명에게 5453억 원을 대출했다. 정부가 세운 1년 치 대출 한도액은 2조 원. 한 달여 만에 대출한도의 4분의 1을 넘어선 것이다.

더욱이 하루 대출액이 날이 갈수록 급등하고 있어 자칫 연말이 되기도 전에 대출 실적이 대출한도를 넘어설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첫날 3억1000만 원이던 하루 대출액은 일주일째인 지난달 3일 122억 원으로 100억 원을 넘어선 뒤 지난달 31일에는 하루 대출 최고액인 315억1000만 원의 실적을 올리는 등 대출 규모가 하루가 다르게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나온 또 다른 서민대출 상품인 미소금융이 7월 말 현재 150억 원의 대출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최근 햇살론 하루 대출액은 미소금융이 8개월간 대출해준 금액의 2배를 넘어선 셈이다.

햇살론 대출이 현재 추세를 이어간다면 올해 말경에는 대출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햇살론을 취급하는 상호금융회사 및 저축은행이 햇살론 대출자들의 연체에 대비해 준비해놓은 보증재원이 바닥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대출취급기관은 햇살론 대출자들이 대출금을 갚지 않을 경우 대출금의 85%를 물어내야 한다. 보증재원은 정부가 5년간 매년 2000억 원, 햇살론 취급기관이 6년간 1666억 원을 쌓기로 했지만 정부가 출연해야 하는 보증재원은 예산편성 작업을 거쳐 내년 1월부터 마련될 예정이다. 결국 연말까지 준비되는 보증재원은 대출취급기관이 준비하는 최대 8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연말까지 올해 대출한도인 2조 원이 모두 바닥나면 햇살론 연체율이 5%만 넘어도 보증재원 부족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햇살론 취급기관의 한 관계자는 “햇살론은 대출연체가 발생한 지 3개월이 되면 보증재원으로 연체금을 변제하므로 올해 말이 되면 보증재원을 많이 써야 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출 증가세가 워낙 빨라 연말이 되면 보증재원이 고갈될 수 있다”고 말했다.

햇살론이 다른 서민금융상품과 달리 급격한 대출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느슨한 대출자격요건 탓이 크다. 햇살론은 신용등급 6등급 이하이거나 연 소득 2000만 원 이하이면서 장기연체 기록만 없으면 누구나 생계자금용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이면서 대출액만큼 자기자본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창업자금인 미소금융보다 대출 문턱이 낮다. 신용등급은 낮지만 소득은 높아 서민으로 볼 수 없는 고소득자들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

게다가 연체가 발생해도 대출취급기관이 대신 갚아야 하는 금액은 대출금의 42.5%에 불과해 연체금액 전부를 대출기관이 책임져야 하는 일반 신용대출보다 위험이 낮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햇살론을 취급하는 상호금융사나 저축은행들이 부실 가능성이 높은 자사의 신용대출 고객을 햇살론으로 갈아타도록 유도하는 ‘도덕적 해이’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는 햇살론 대출요건 강화에 나섰다. 소득수준별로 대출한도를 정해 고소득자는 햇살론 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하고 거주지나 직장 소재지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햇살론 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경우에 따라선 정부와 햇살론 취급 금융회사들이 매년 분담해서 쌓아야 하는 보증재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고려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햇살론 연체율 자료가 집계되지 않아 보증재원이 부족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며 “연체율 추이 등을 지켜보면서 대책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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