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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해외 PF 부실폭탄’ 긴장

입력 | 2010-09-03 03:00:00

국내 건설사 中-카자흐 사업 분양안돼… 건설업체들 은행에 자금상환 연기요청




은행권이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로 대규모 손실을 본 데 이어 글로벌 경기 침체로 해외 PF사업에서도 손해를 볼 위기에 처했다. 건설사들은 최근 해외 부동산 PF사업장의 분양 목표를 채우지 못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은행 측에 상환 일정을 미뤄 달라고 요청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해외 PF사업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3월 저축은행의 해외 PF사업을 사실상 금지한 데 이어 은행권 감독도 강화하고 있지만 뒤늦은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은행들, 상환 못 받을까 노심초사

은행권과 건설업계에서는 해외 사업장 가운데 특히 옛 소련 지역이 ‘잠복한 뇌관’이라고 입을 모은다. 2008년 금융위기 전에 국내 부동산 경기의 활황 분위기를 타고 은행들은 ‘자원 부국’인 엣 소련 지역에 앞 다퉈 뛰어들었다. 하지만 면밀한 검토 없이 들어가면서 대박의 꿈이 ‘해외 부동산 PF 부실’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2일 은행권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에서 부동산 PF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국내 건설사 3곳은 분양 미달로 은행에 자금 상환 일정을 늦춰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들은 건설사들이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올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시중은행장은 “해외는 국내보다 경기침체의 영향이 커서 분양이 더 지연되고 있다”며 “해외 부동산 PF가 정말 걱정이다”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A건설사는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의 중심에 아파트형 건물을 세우고 있지만 분양이 제대로 안돼 현지 정부의 펀드를 지원받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의 채권단 관계자는 “분양이 돼야 돈이 도는데 건설경기가 나쁘니 힘들어져 카자흐스탄 정부의 펀드 지원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같은 국가에 빌딩을 짓고 있는 B사는 상반기에 대대적 분양 홍보에 나섰지만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 B사 관계자는 “건물은 골조 작업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는데 분양이 안 돼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C사도 카자흐스탄에 1억 달러가량이나 들여 건물을 짓고 있지만 꽁꽁 얼어붙은 시장이 풀리질 않아 상환을 연장하고 있다. 이 회사의 채권단 관계자는 “조만간 자금을 회수하려고 매각하고 나오는 곳도 생겨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건설사 D사가 베이징에 9000억 원가량의 건물을 다 지어놨지만 매각이 안 돼 난감해하고 있다. D사의 채권단 관계자는 “건물 규모가 워낙 커서 살 수 있는 투자자가 한정된 데다 경기둔화까지 맞물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 정부, 건설사 진출한 ‘국가별 리스크’ 체크를
○ 해외 사업에 대한 정보 부재

은행권이 해외 PF사업에 대해 더욱 긴장하는 것은 해당 국가의 외국 자본에 대한 폐쇄적인 분위기 때문에 투입된 자금을 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에 진출한 한 건설사는 현지 정부가 갑자기 자금의 해외 송금을 엄격하게 규제해 분양 수익금을 국내로 들여올 때 애를 먹었다고 한다.

지리적 접근성이 떨어져 시장의 리스크를 파악하기 힘든 점도 문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외국에서 PF를 이끄는 시행사들이 현지 분양시장을 과대 포장해 사업을 제안할 때가 있다”며 “현지 사업의 법률적인 위험성, 사업성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법무법인이 현재 없다”고 전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외국 회사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질이 떨어지다 보니 특히 중견 건설사는 국내보다 해외 PF 때문에 고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국가별로 ‘진출국 리스크’를 정밀하게 파악해 금융회사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확한 현지 정보로 사업 전에 시행 여부를 판단하고 사업 시행 뒤에도 문제가 생길 경우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