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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여성들이여, 이슬람교로 개종하라”

입력 | 2010-09-01 03:00:00

로마 방문 카다피, 돈주고 청중동원 강연… 伊 ‘여성 모욕’ 논란




지난달 29∼31일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최고지도자(사진) 때문에 이탈리아 정계 종교계 여성계가 발칵 뒤집혔다. 카다피 최고지도자는 양국이 2008년 8월 30일 체결한 우호친선협정 2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이탈리아를 방문했다.

카다피는 이 가톨릭의 나라에 도착하자마자 로마 리비아 문화센터에서 이틀에 걸쳐 이슬람교 강연을 했다. 모델 대행사에서 모집한 500여 명의 젊은 여성이 강연에 참여하면서 문제가 꼬였다. 대행사는 리비아의 부탁으로 1인당 80유로를 주고 여성을 모집했다. 여성들은 단체로 버스를 타고 강연장에 도착했다. 일부 여성은 가슴이 파인 드레스에 높은 굽의 구두를 신고 있었다. 한 여성은 카다피 사진이 달린 목걸이를 보여주기도 했다. 카다피는 이들에게 “미국이나 유럽보다 리비아에서 여성이 더 존경받는다”며 “리비아인 남편을 원하면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슬람교는 마지막 종교”라며 “우리가 단 하나의 믿음을 가져야 한다면 무함마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다피는 여성들에게 코란을 나눠주고 “이슬람교로 개종하라”고 권했다. 이에 참석한 여성 중 3명은 즉석에서 개종했다.

지난달 30일 이탈리아 언론은 “유럽 전체가 이슬람교로 개종해야 한다”는 카다피의 발언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끄는 집권연정의 파트너인 북부동맹의 마리오 보르게치오 유럽의회 의원은 “유럽을 이슬람화하려는 위험한 계획”이라고 발끈했다. 로사리아 빈디 전 보건장관은 “이탈리아 여성의 존엄성에 대한 모욕적인 폭력”이라고 비난했다. 군소 야당 중 하나인 ‘이탈리아의 가치’는 리비아대사관 밖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고 여기에 참석한 스테파노 페디카 상원의원은 “카다피가 이탈리아를 조롱했다”고 가세했다.

그러나 프랑코 프라티니 외교장관은 “외교 정책이나 이탈리아의 국익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일축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도 비판에 아랑곳없이 리비아대사관에 마련된 베두인 텐트에서 카다피와 30분간 정상회담을 했다. 800여 명의 손님을 초청해 카다피 환영 만찬도 주최했다.

리비아는 32년간 이탈리아의 식민지배(1911∼1943년)를 받았으나 지금은 이탈리아의 석유 천연가스 주요 공급국이자 투자국이다. 자존심만 내세울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