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핵심 관계자 잇단 쓴소리에 직격탄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4일 언론과의 통화에서 “김 지사는 자신이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가리지 못하고 있다”며 “자중하면서 본업(本業)에 충실하고 경기도 살림살이나 잘 챙겼으면 좋겠다. 지금이 대선 레이스에 나설 때냐”라고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낮은 인지도를 돌출발언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치기가 엿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김 지사의 주일특파원 간담회 내용이 이날 언론에 보도된 게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고 한다. 김 지사가 22일 일본 도쿄를 방문해 현지 특파원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이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을 넘었는데 4대강 사업 외에 뚜렷한 업적이 없어 걱정된다”는 취지의 말을 했고, 이 사실을 전해들은 청와대 측이 “일본까지 가서 그런 소리를…”이라며 발끈한 것이다.
청와대는 40대의 김태호 국무총리 발탁,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정권 재창출 노력’ 합의 등을 보면서 중앙 무대에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해야 한다는 김 지사의 절박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발언과 행보는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물론 여기엔 임기가 절반이나 남은 상황에서 차기 대권주자들이 현 정부와의 차별화 시도를 본격화할 경우 조기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일각에선 청와대의 김 지사에 대한 경고는 친박(친박근혜)계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날 ‘정권 2인자’로 불리는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 지사가 차기 대통령 선거에 나설 경우 지지할 것이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생각도 있다”고 말한 것을 놓고 차기 대선구도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박 전 대표와의 단독 회동 후 모처럼 당내 결속 분위기가 조성되는 상황에서 이 후보자의 발언이 또 다른 갈등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목적도 있다는 것이다.
23일 밤 귀국한 김 지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뭐 못할 말을 했느냐. 나라의 리더십에 대한 걱정은 내가 오래전부터 해오던 이야기다. 특별히 이 대통령과 불편할 게 없다”고 말했다.
김 지사 발언 파문에서 드러나듯 여권 내 차기 주자들의 ‘레이스’가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김 지사가 “자고 일어나면 총리라고 나타나는데 누군지 모르겠다”고 한 것이나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19일 “우파 포퓰리즘은 안 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