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와 계파’ 결속력 유지 어려워져… 정치 전환기 올수도
일본은 1955년 자민당 일당우위 체제가 들어선 이후 반세기 이상 정당보다 파벌이 의사결정과 정치인 충원 및 양성, 정치자금 통로 등 주요 정치적 역할을 맡아왔다. 지난해 9월 출범한 민주당 정권도 자민당 파벌보다는 결속력이 약하지만 당내 주요 그룹으로 나뉘어 경쟁하는 구도라는 점에서 크게 보면 파벌정치의 테두리 안에 있다.
민주당 계파의 핵심은 오자와 전 간사장이다. 당내 최대 계파이자 결속력도 가장 강한 오자와 그룹은 당 소속 국회의원의 3분의 1이 넘는 150여 명에 이른다. 오자와 그룹은 6월 당 대표선거에서는 똘똘 뭉치지 못해 간 총리에게 졌고, 이번에는 설욕을 다짐하고 있지만 또 지면 그룹의 결속력이 현저하게 떨어질 게 뻔하다. 150명이나 되는 거대 그룹이 비주류로 오랫동안 대오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일본의 정치환경은 파벌정치가 예전처럼 온존하기 힘든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민주당엔 한 의원이 여러 그룹에 양다리를 걸치기도 하고, 2위 세력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 그룹은 수장인 하토야마 전 총리가 간 총리 지지의사를 표명했는데도 일부는 오자와 전 간사장 쪽으로 기울었다. 20∼30명이 속한 몇몇 소그룹은 계파로서의 영향력이나 결속력이 사실상 없다. 원래 파벌정치의 본산이던 자민당은 야당으로 전락한 후 파벌의 구심력이 현저히 약해졌다. 여론 또한 파벌정치를 혐오한다.
물론 오자와 그룹이 똘똘 뭉치고 다른 그룹과 연대해 간 총리를 꺾으면 파벌정치가 온존할 수도 있다. 불법 정치자금 문제를 안고 있는 오자와 전 간사장의 출마 여부가 변수이긴 하지만 현재로선 간 총리 쪽에 승산이 있어 보인다. 이번 대표선거가 작게는 민주당 계파정치, 크게는 일본 파벌정치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