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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王在靈씢하시니 鹿攸伏이로다…

입력 | 2010-08-23 03:00:00


지난 호에 이어 ‘시경’ 大雅(대아) ‘靈臺’편의 일부다. 맹자는 어진 군주여야만 자신의 동산에 노니는 기러기들과 사슴들을 진정으로 즐길 수 있다고 말한 후, 그 말의 뜻을 밝히기 위해 ‘시경’의 시편을 인용했다. 靈(유,육)(영유)와 靈沼(영소)는 주나라 文王의 靈臺 아래에 있던 동산과 연못인 듯하다. 王은 文王이다.

(유,육)는 園과 같다. 우鹿은 암사슴이니, 牝鹿(빈록)과 같다. 단수인지 복수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攸伏의 攸는 장소, 伏은 엎드린다는 뜻으로, 암사슴이 안심하고 엎드린 곳이란 말이다. 濯濯은 살이 찌고 윤택한 모습을 나타낸다. 濯도 크고 빛난다는 뜻이기는 하지만 실은 두 글자가 합하여 형용어로서 기능한다.

같은 글자를 둘 합하여 사물의 모습과 상태를 형용하는 말을 疊字(첩자)라 한다. 鶴鶴도 疊字로, 깨끗하고 희다는 뜻의 鶴이란 글자를 둘 겹쳐 사용했다. ‘시경’에서는 (학,혹)(학,혹)(학학)이라는 글자로 되어 있다. 於(오)는 감탄사로, 개사의 於(어)와 다르다. 인은 넘쳐난다는 뜻이다. 물고기가 넘쳐난다고 풀이하는 것이 보통이되, 물이 넘실거린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한문에서는 원문의 일부만 따서 전체 뜻을 代喩하는 일이 많다. 성스러운 군주의 은택을 於인(오인)이라 표현하는 것도 그 일례다. 於인은 ‘아아, 가득하다’이지만, ‘시경’의 ‘靈臺’편과 시편을 인용한 ‘맹자’의 與民偕樂(여민해락)章 때문에 독특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이런 표현이 한문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과거의 문장가는 함축적인 그런 표현을 즐겼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