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곡미술관 ‘오버 더 레인보’전
《몽골에서 왈츠는 상류계층을 위한 사교춤이 아니라 보통사람들이 광장이나 강당에서 즐기는 일상의 춤이다. 미술관 바닥에 그려진 발자국을 따라가면 자연스레 사람과 사람을 잇는 소통의 몸짓인 춤동작을 배울 수 있다(왈츠 워크숍). 옆방에는 알록달록한 가루가 담긴 유리병이 줄줄이 매달려 있다. 병에 코를 대 보니 냄새도 제각각이다. 아시아 각 지역에서 맛을 낼 때 쓰는 향료가 어우러지면서 멋진 설치작품이 태어났다(향신료의 방).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성곡미술관이 마련한 ‘오버 더 레인보(Over the rainbow)’전은 다문화를 테마로 삼아 문화 체험을 하고 전시와 퍼포먼스를 관람하는 전시다.》
성곡미술관 ‘오버 더 레인보’전에서 프로젝트 그룹 ‘옆’은 벽면에 테이프를 붙이고 문을 설치해 동서양 문화가 접목된 가상공간인 ‘오즈의 객잔’을 선보였다.
다문화 시대를 맞은 한국 사회를 향해 겉모습은 다를지 몰라도 인간 내면의 가치는 다르지 않다는 차이의 긍정, 다름의 공존을 강조한 전시다. 큐레이터 김진섭 씨는 “무지개는 색이 섞이지 않으면서 조화롭게 어우러지듯 이주민과 정주민이 각기 개성을 오롯이 드러낼 때 아름다운 세상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 전시”라고 소개했다. 4000∼5000원. 02-737-7650
이주민과 다문화가정이 이방인 취급을 받는 사례는 다반사다. 우주인처럼 자신들을 대하는 불편한 시선을 반영하듯 우주복을 입은 이주민 세 명이 ‘스페이스 맨홀 세이’라는 제목의 미디어 퍼포먼스를 펼친다. 출연진은 문화 다양성을 추구하는 창작집단의 구성원으로 도시 땅 밑을 잇는 통로를 상징하는 거대한 은빛 맨홀 안팎을 넘나들며 경계와 차별 없는 세상을 지향하는 소통의 몸짓을 표현한다.
다문화시대 가치의 공존 주제,이주민도 창작주체로 참여 다양한 체험-퍼포먼스 곁들여
1관 전시는 이주민이 문화적 약자에 머무르지 않고 창작활동의 주인공으로 나선 점이 주목된다. 퍼포먼스를 기록한 영상설치작품과 함께 이주민의 방을 재현하고 이주민의 사진을 활용한 설치작품을 선보였다. 이곳에선 이주민 도슨트가 안내하는 체험공간이 관람객에게 인기다. 아시아 향신료의 방, 왈츠 워크숍과 나란히 자리 잡은 ‘헤나의 방’에선 매주 토 일요일 이주민들이 관람객의 몸에 천연염료로 문양을 그려준다.
○ 무지개 너머의 세상 2-우리의 이야기
‘오버 더 레인보’전의 ‘샐러드 왈츠 워크숍’. 발자국을 따라가면서 왈츠를 익힐 수 있다.사진 제공 성곡미술관
화려한 드로잉 기법으로 왕국으로 향하는 길을 열어준 김태중 씨의 작품을 지나면 회화와 장난감을 활용해 상상의 공간을 연출한 김동현 씨의 ‘오토포이 박사의 연구실’이 나온다. 이어 프로젝트 그룹 ‘옆’이 만든 동서양 문화가 공존하는 가상공간 ‘오즈의 객잔’을 지나쳐 착시현상을 이용해 살아 있는 공간을 연출한 나인주 씨의 작품, 관객이 앉으면 의자가 합창을 시작하는 전가영 씨의 영상작품, 시간의 혼재된 숲을 표현한 김영헌 씨의 미디어설치작품으로 여정의 막을 내린다.
다름을 긍정하고 열린 마음으로 대할 때 ‘우리’의 삶은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오버 더 레인보’전. 이주민과 정주민의 시각과 작품을 맞물려 시대적 이슈와 일상을 긴밀하게 이어준 미덕이 돋보이는 전시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