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앱 콘텐츠 부족… 글로벌 기업에 주도권 크게 밀려
최근 스마트폰 열풍을 몰고 온 애플과 구글이 ‘스마트TV’ 출시를 준비하면서 TV 제조 분야에서 세계 1, 2위를 달리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스마트TV란 TV를 보면서 인터넷이 가능한 기존의 인터넷(IP)TV를 뛰어넘어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고, 노트북과 휴대전화 등 주변 전자기기와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TV다.
○ 삼성, LG의 발 빠른 대응
올해 5월 구글은 소니, 인텔 등과 손잡고 올 하반기에 스마트TV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소니의 TV 제작기술 및 풍부한 영화 콘텐츠와 인텔의 CPU 기술을 접목하겠다는 것. 애플도 현재 판매하는 셋톱박스(애플TV)에 이어 조만간 TV 수상기를 포함한 스마트TV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스마트TV용 독자 OS와 TV용 앱 개발에 나서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2007년에 이미 인터넷TV를 선보인 삼성전자는 올해 자체 앱 스토어인 ‘삼성 앱스’를 내놓고 TV에서 관련 앱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삼성은 해외의 동영상 콘텐츠 업체인 블록버스터와 부두, 넷플릭스, 판도라 등과 손잡고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각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한국과 미국, 유럽지역 앱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삼성 앱스 콘테스트’도 진행하고 있다.
LG전자는 내년 초 스마트TV 출시를 목표로 올해 스마트TV 전담팀을 구성했다. 현재 스마트TV용 OS와 칩셋을 개발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처럼 독자 앱 스토어도 선보일 계획이다. 정도현 LG전자 부사장은 최근 “기존 TV는 스마트TV로 진화할 것으로 보여 TV와 PC, 휴대전화의 사업 융합화와 통합 플랫폼 구축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 넘어야 할 산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짧은 시간에 애플이나 구글이 만들어 놓은 스마트TV 앱 기반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문형 비디오(VOD) 이외에 TV에서 경쟁력 있는 앱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처음에는 구글의 스마트TV 사업 참여 제안을 거절한 삼성이 최근 구글, 애플과의 제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도 이런 콘텐츠 역량 부족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스마트TV는 스마트폰처럼 단순한 전자기기가 아니라 인터넷에서 콘텐츠를 내려받아 즐기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봐야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아직까지 하드웨어적 시각에 치우쳐 있는 것도 문제다.
이와 함께 스마트TV 사업을 위해 통신사나 방송국, 케이블업계 등과 어떤 가치사슬(밸류체인)을 형성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벌써부터 지상파나 케이블업계에선 구글이나 애플 등 플랫폼 개발업체들이 스마트TV의 광고 수익을 독점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경숙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스마트TV도 IPTV처럼 관련 업계의 반발로 사업 속도가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