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구글 등 해킹위험 낮고 비용 적게 들어 집중 개발 ‘주도권 잡기’
최근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트렌드가 ‘제2의 스마트폰 충격’을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은 앞다퉈 이 시장에 뛰어드는데 국내 업체들은 아직 이 시장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 왜 클라우드 컴퓨팅인가
이 때문에 클라우드 컴퓨팅은 최근 문제가 된 스마트폰 보안 위험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개인 단말기에 주요 정보를 저장하지도 않고, 단말기를 잃어버려도 먼 곳의 서버컴퓨터 관리자가 해당 단말기를 못 쓰게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커가 정보를 빼내려 해도 개인 단말기보다 훨씬 보안이 철저한 서버컴퓨터를 공격해야 해 해킹 위험도 낮다.
또 저장과 업무처리도 중앙의 서버컴퓨터가 맡기 때문에 단말기에 값비싼 최신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 등을 쓰지 않아도 돼 단말기 값도 저렴해진다. 또 비싼 소프트웨어를 하나씩 구입하는 대신 ‘월 사용료’ 등 정해진 금액을 수돗물 사용하듯 필요한 양만큼 내면 소비자는 값싸게 다양한 서비스를 쓸 수 있고 기업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스마트폰을 파는 게 ‘최신 면도기’를 파는 사업이라면 클라우드 컴퓨팅은 훨씬 부가가치가 높은 ‘면도날’을 파는 사업인 셈이다.
○ 해외에서는 클라우드 열풍
이런 이유로 해외 IT업체들은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가장 앞선 곳은 구글이다. 이 회사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위해 세계에서 단일 기업으로 가장 많은 수의 서버컴퓨터를 운영한다. 이들은 스마트폰과 컴퓨터, TV 등 전자제품은 하나도 만들지 않지만 이런 제품에서 구글 서비스를 이용하며 ‘안드로이드’라는 스마트폰 운영체제(OS)와 컴퓨터용 ‘크롬’ OS, TV에서 구글 서비스를 사용하는 ‘구글TV’ 등을 만든다.
○ 뒤처진 한국의 클라우드 서비스
하지만 국내 IT업체의 대응은 아직 초기 단계다. 최근 KT와 LG U+(유플러스)가 각각 ‘유클라우드’와 ‘U+박스’라는 온라인 저장공간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아직은 기존의 ‘웹하드’처럼 자료를 올려두고 스마트폰에서 이를 열어보게 한 수준 정도다. 애플의 경쟁사인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직접 시작한 곳이 없다.
구글의 경쟁사라 할 수 있는 NHN은 ‘N드라이브’라는 온라인 저장공간 서비스를 만들고 최근 ‘네이버 워드’라는 응용프로그램의 베타서비스(시범서비스)도 시작했다. 구글 문서도구처럼 N드라이브에 저장해 둔 워드 문서를 인터넷 접속만으로 편집할 수 있게 한 것인데 아직 기능과 다룰 수 있는 문서 종류가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국내 업체들이 더 늦기 전에 본격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을 위한 인프라에 투자하고 서비스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LG경제연구원 이종근 선임연구원은 “지금 관심을 갖고 대응하지 않으면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도 스마트폰 시장처럼 외국 업체에 주도권을 뺏길 우려가 있다”며 “클라우드 컴퓨팅은 영역이 넓어 아직 글로벌 선두업체가 진출하지 않은 영역들이 남아있다는 것이 기회”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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