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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축구유망주들, 죄다 일본에 있는 이유는?

입력 | 2010-08-04 12:41:09


 조영철

조광래 신임 축구대표팀 감독. 11일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에서 대표팀 감독 데뷔전을 갖는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해외파 12명을 불러모은 것이다.

이중에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박주영(AS 모나코), 기성용(셀틱), 이영표(알 힐랄), 이정수(알 사드), 김보경(오이타) 등 남아공 월드컵에 나섰던 6명이 포함됐다.

그런데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나머지 6명은 해외파라고 부르기보다는 '일본파'라고 부르는 게 나을 정도로 전원이 일본 프로축구리그에서 뛰고 있는 J리거라는 것이다.

곽태희(교토), 이근호(감바 오사카), 조영철(니가타), 김민우(사간 도스), 김영권(FC 도쿄), 박주호(이와타)가 바로 그들.

이중 곽태희와 이근호는 국내 프로축구 K리그에서 뛰다 일본으로 이적했지만, 나머지 박주호 조영철 김민우 김영권 등 20대 초반의 유망주들은 고교나 대학을 중퇴한 뒤, 혹은 중퇴하면서까지 일본으로 건너간 경우.

 김영권


이처럼 한국축구의 '젊은 피'들이 일본으로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환율 차이에 따른 고액의 연봉을 받을 수 있고, 전 세계 유망주들과 경쟁해야 하는 유럽리그에 비해 일본 진출이 비교적 쉽기 때문이다.

K리그에서도 축구 유망주들은 일반인에 비해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축구팀에 입단하는 선수들은 2000~ 5000만 원의 연봉 상한제를 적용받지만, 1~3년의 계약 기간이 지나면 완전 연봉제로 전환돼 몸값을 크게 올릴 수 있는 것.

하지만 완전 연봉제를 적용받는다고 해도 신인급 선수의 경우 수 억 원을 넘는 거액을 받기는 힘든 실정. 반면 현재 환율이 1엔 당 13원대를 넘는 상황에서 일본에서는 연봉으로 2000만 엔만 받아도 원화로 환산하면 약 2억7000만원이 넘는 큰 돈을 받을 수가 있다.

 김민우


경제적으로 비교적 여유 있는 생활을 하는 은퇴한 축구인들 중 대부분이 일본이나 유럽 등 해외에서 한번이라고 선수로 뛴 적이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사실 드래프트제는 스카우트제의 폐해를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선수를 자유 경쟁으로 뽑을 때만 해도 프로축구단의 모기업들이 나서 돈 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대형 신인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수십억 원의 스카우트비가 뿌려지는 등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드래프트제를 통해 선수 몸값에 상한선을 두고 계약 기간 등에도 제한을 둔 것.

그렇지만 축구 유망주들이 죄다 일본에서 뛰고 있으니 팬의 입장에서는 영 불만이다. 선수 선발의 문제점을 최소화하면서 그들이 K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