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를 먹고 사는 민선 자치단체장들의 고민은 더 크다. 행사 참석 요청에 응하다 보면 정책과 민생 챙기기가 어렵다. 거절하자니 표심이 떠날까 걱정이다. 하지만 민선 5기 들어 “행사 참석을 자제하고 정책과 업적으로 승부하겠다”고 선언하고 실천하는 단체장이 부쩍 늘고 있다.
○ 50%는 ‘안 갈 수 있는 행사’
김의수 대전시 자치행정국장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시장 참석 행사를 국경일, 법정기념일, 대규모 국제 및 전국 행사 등으로 제한했더니 50% 이상 행사 참석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권영세 경북 안동시장도 국경일과 중요도가 높은 상급기관 행사, 모든 시민 대상 행사 등으로 참석 기준을 정했다. 안동시는 이럴 경우 시장이 참석하는 행사를 연간 평균 1300여 건에서 500여 건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 그 시간에 민생 경청, 정책 구상…
허남식 부산시장은 취임식 때 “통상적이고 의례적인 행사 참석은 지양하고 민생현장을 찾아 서민경제를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선언에 그치지 않고 취임식 날 강서구 미음지구 산업단지 조성공사 현장 등을 방문한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15차례나 현장을 방문했다.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취임 전부터 “안방에 앉아 사진 찍으러 다니는 개념이 아니고 중앙에서 뛰는 도지사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더 낮은 곳으로’라는 도정 방향을 정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행사 참석 자제를 공언하지는 않았지만 화성시 매향리 사격장과 화성호 등 도민과의 소통을 위한 현장 방문을 늘려 자연스럽게 의례성 행사 참여를 줄여 나가고 있다.
장만채 전남도교육감은 농산어촌이 많은 전남지역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행사 참석 대신 중앙부처 방문 일정을 크게 늘리고 있다.
○ 단체장 의지, 시민 협조가 관건
단체장이 불필요한 행사 참석을 줄일 수 있으려면 단체장의 의지와 시민의 협조가 동반돼야 한다.
안동시 관계자는 “시장이 꼭 가야 할 자리가 아닌데도 시장이 와야 행사 품격이 높아진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많다”며 “안동이 고향인 시장이 각종 행사에 참석하지 않으면 뒷말이 나올 수도 있지만 시장은 더 큰 일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안동=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