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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포커스/로스 두댓]아프간 미군의 출구전략

입력 | 2010-07-02 03:00:00


미국이 개입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어찌 보면 잔인하고도 냉혹한 역설을 담고 있다. 전황이 암울해지고 전쟁의 고통이 심할수록 미군이 무기한 주둔할 확률은 커진다. 미군은 현재의 아프간 작전이 실패한다면 2020년 또는 그 이상까지도 주둔할 수 있다. 실패는 미국의 발목을 잡을 것이고 성공만이 유일한 탈출구가 될 것이다.

왜 그럴까. 우선 9·11테러의 악몽 탓에 미국의 어떤 대통령도 탈레반이 다시 아프간에서 지배하길 원하지 않는다. 또 파키스탄 북서부에 근거지를 둔 알카에다 지도부가 존재하는 한 미국 대통령은 아프간에서의 테러와의 전쟁을 포기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핵무장한 테러리스트의 악몽이 언제든 현실로 나타날 수 있는 이곳에서 어떤 대통령도 아프간의 안보 공백을 불러일으키는 철군을 단행할 수는 없다.

이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왜 계속 주둔하는 것과 철군 사이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지를 잘 말해준다. 지금 미국 정부는 두 가지의 주둔 방법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하나는 현행 작전 방식으로 아프간 주둔 미군사령관으로 새로 임명된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장군이 옹호해온 진압작전이다. 이는 미국의 도움 없이도 아프간의 상태가 안정될 수 있도록 충분한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이 지난해 가을 제안한 저비용 정책으로 아프간 주둔 미군병력을 줄이는 대신 무인폭격기와 미사일을 통해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다. 바이든 부통령의 계획대로라면 아프간에 미군의 발자국을 덜 남기고 미군 사상자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실질적으로 더 많은 피를 부를 수 있고 더 심각한 교착상태에 빠뜨릴 수 있다. 아프간 주민의 안전 보장을 포기한 채 무인정찰기로 공격한다면,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고 이 문제는 여론의 도마에 오를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인해 미군에 대한 평판은 이미 악화된 상태다.

지난주 스탠리 매크리스털 전 아프간 주둔군 사령관을 인터뷰한 반전 비평가 마이클 해스팅스 씨는 “미군이 충분히 전쟁을 수행할 수 있도록 살상 권한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며 오바마 정부의 현 아프간 전략을 비판했다.

하지만 또 다른 아이러니는 현 전쟁수행 전략이 실패했다고 입증돼도 오바마 정부가 취할 대안은 반전(反戰)과는 크게 동떨어진 것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 대안으로 인해 더 많은 아프간 사람이 죽고 미군은 거의 영구적으로 주둔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 테러리스트인 파이살 샤자드가 미래에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두 번째 전략의 이런 암울한 측면은 미군이 아프간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가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미국은 현 전략을 무기한 유지할 수도 없으며, 그러지도 않을 것이다. 철군 시점을 미리 설정한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은 실수였지만 현재와 같은 군사력 투입엔 한계가 있다는 걸 모르는 이는 없다. 하지만 백악관이 고려하는 선택들 중 두 번째 전략은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바로 이 점이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이 앞으로 열심히 싸워야 할 이유다. 아프간에서 영원히 머무는 것이 아니라 빠져나갈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말이다.

로스 두댓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