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구 ‘눈높이 정보교육’ 현장퇴직 어르신-전업주부 6개월 수업뒤 강사 시험컴맹 극복 경험 살린 교육…주민들도 “귀에 쏙쏙” 환영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2문화센터 정보화교육장에서 강사 김성기 씨(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수강생들에게 컴퓨터 활 용법을 강의하고 있다. 강남구에서 정보화교육을 받은 뒤 ‘구민강사’로 나선 김 씨는 “내가 컴퓨터를 모를 때 심정을 되살려 수강생 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강남구
2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2문화센터 정보화교육장. 강사로 나선 김성기 씨(72)가 파일을 압축하는 방법을 강의하자 여기저기서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림(아이콘) 크기가 똑같은데요?” “그러면 문서파일에 쓴 글씨가 작아지는 건가요?” 컴퓨터 강사에게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는 질문이지만 김 씨는 다시 ‘파일 압축’ 개념부터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강의를 담당하는 김 씨 역시 강남구에서 정보화교육을 받고 ‘컴맹’ 탈출에 성공한 ‘구민 강사’다.
○ 초심(初心)으로 가르쳐
실제 김 씨는 수강생들에게 컴퓨터 용어의 개념부터 차근차근 설명해 나가는 방식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폴더’는 파일을 담는 그릇이고 ‘파일’은 보고 싶은 내용이 담긴 물건이라고 비유하는 식이다. “그러니까 내가 저장한 ‘물건’을 찾아보려면 먼저 그게 어느 ‘그릇’에 담겨 있는지 알아야 되겠죠.” 수강생들은 강의를 들으며 특정 폴더에 파일을 저장하고 찾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웠다.
‘컴맹’을 극복한 구민강사는 주민들에게도 환영받고 있다. 강의를 듣던 한상수 씨(73)는 “‘이것도 모르냐’며 핀잔 들을까 봐 일반 강사에게는 묻지 못할 내용도 구민강사에게는 자신 있게 질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화교육을 받는 사람은 대부분 노인이나 전업주부라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했다. 구민강사 역시 퇴직한 노인이나 전업주부가 대부분이어서 마음이 통한다는 것이다. 수강료가 전문강사 강의의 절반인 월 7500원이라는 것도 주민들의 호감도를 높이는 점이다.
○ 6개월 교육받고 시험도 통과해야
구민강사가 되려면 강남구에서 마련한 교육을 이수하고 시험에도 합격해야 한다. 교육 과정은 총 6개월로 만만치 않다. 지원하면 먼저 컴퓨터 이론과 활용 능력, 교수법 등에 대해 3개월간 수업을 받아야 한다. 이후 3개월간은 ‘보조강사’ 생활이 이어진다. 전문강사의 강의를 보조하고 준비하는 등 수업 진행을 도우면서 틈틈이 구청 담당 직원들 앞에서 강의 리허설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필기, 실기, 인성검사 등으로 이뤄진 ‘최종 테스트’를 통과해야 구민강사로 설 수 있게 된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