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54) 감독의 월드컵 본선을 위해 내놓은 ‘맞춤형 전략’이 절반의 성공을 거둔 채 막을 내렸다.
허 감독은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기에 앞서 조별예선에서 만날 유럽, 남미, 아프리카 팀들에게 딱 들어맞는 전략을 세워 축구강국들과 대등하게 맞서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조별예선 세 경기와 16강전을 치르면서 이 전략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나이지리아전만 빼놓고 나머지 세 경기에서 모두 허 감독은 4-2-3-1 전술을 펼쳤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실패로 끝난 이 포메이션은 같은 남미 팀인 우루과이에게도 통하지 않았다. 전방에 홀로 선 박주영(AS모나코)는 상대 수비에 고립되기 일쑤였고 헤딩경합에서 져 번번이 공격의 흐름이 끊겼다. 이른바 ‘뻥 축구’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태극전사들은 포지션 이동을 통해 상대를 교란시켜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전술을 극복하려고 노력했지만 다소 역부족이었다.
허정무호는 후반 수비 시에는 4-3-2-1과 공격 시에는 3-4-3 포메이션을 바꿔가며 공격 숫자를 늘려 우루과이를 몰아붙였지만 마지막 마무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후반 14분 장신 공격수 이동국(전북)이 투입해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수들과 홀로 외로운 싸움을 펼치던 박주영을 처진 스트라이커로 변신시켰지만 결정적인 슈팅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전을 통해 월드컵에서 남미 팀을 상대하기 위한 특별한 전략이 필요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포트엘리자베스(남아공)=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