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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월드컵]루머 월드컵… 심판 좀 없나

입력 | 2010-06-23 03:00:00

■ 인터넷 ‘억측과 소문의 그라운드’로
허정무 감독, 대학 후배라 염기훈 중용한다?
北대표팀, 수중전用 축구화 없어 못신는다?
부부젤라, 조선시대에 아프리카로 전해졌다?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는 월드컵. 팬들은 자국 대표팀의 성적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동시에 이런저런 루머가 쏟아진다. 특히 이번 남아공 월드컵은 예전과 달리 유난히 많은 소문이 퍼지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 비해 전달 속도가 빠른 트위터가 보편화된 때문이다.

결과가 안 좋으면 여러 말이 나오고 안 좋은 소문은 더 빨리 퍼지게 마련. 한국이 17일 조별리그 아르헨티나전에서 1-4로 완패하자 허정무 감독의 선수 기용에 대한 비난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도마에 오른 것은 ‘인맥축구’ 논란. 이른바 ‘허정무 라인’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염기훈이다. 누리꾼들은 조별리그 1, 2차전에 모두 선발 출전한 염기훈을 두고 “염기훈이 허 감독과 연세대 선후배 관계이기 때문에 계속 선발 출전하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염기훈은 호남대 출신으로 연세대를 졸업한 허 감독과 특별한 선후배 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

아르헨티나전에서 오른쪽 윙백으로 선발 출전한 오범석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오범석은 아르헨티나전 전반에 프리킥으로 내준 두 골의 빌미가 된 반칙을 하는 등 부진했다. 허 감독이 대한축구협회 인맥 때문에 오범석을 출전시켰다는 것. 오범석의 아버지 오세권 씨는 선수 출신으로 현재 대한축구협회 상벌위원회 위원이자 실업연맹의 내셔널리그 이사로서 허 감독과 연세대 동문이기도 하다. 누리꾼들은 허 감독이 차두리의 아버지인 차범근 SBS 해설위원과의 오랜 갈등으로 차두리를 기용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많은 누리꾼은 “월드컵 16강 진출은 감독으로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영광인데 인맥에 얽매인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고 되물었다. 오범석은 핌 베어벡 감독 시절부터 중용된 선수이고 월드컵 개막 전 아르헨티나를 가상해 벌인 스페인과의 평가전 때 선발 출전해 합격점을 받았기 때문에 아르헨티나전에 기용된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선수 기용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월드컵만 되면 많은 사람이 한국 축구를 다 아는 것처럼 얘기하고 루머를 너무 쉽게 믿는 것이 잘못’이라는 문제 제기도 많았다.

히딩크 ‘한국축구 독설’ 조작으로 판명

아르헨티나전 패배를 두고 거스 히딩크 전 한국대표팀 감독이 쓴소리를 했다는 소문도 인터넷을 달군 루머다. 히딩크가 네덜란드 축구전문지 ‘풋볼인터내셔널’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축구가 아닌 야구를 했다’ ‘그리스전 승리 이후 코치진은 선수들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인가’ 등의 독설을 했다는 것. 하지만 이는 국내 누리꾼이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히딩크 감독은 그런 인터뷰를 한 적이 없지만 일부 인터넷 매체는 누리꾼이 만든 히딩크 감독의 발언을 그대로 전했다.

북한대표팀에 대한 소문도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 김병지 SBS 해설위원은 북한-포르투갈전을 지켜보다 자신의 트위터에 “비가 올 땐 접지력이 좋은 플라스틱 축구화, 밑바닥을 쇠로 만든 걸 신는데 포르투갈 선수들은 죄다 신었는데 북한 선수들은 그렇지 않은데 혹시 축구화가 없어서는 아닌지? 비가 오면 미끄러져서”라고 올렸다. 이 글은 삽시간에 퍼졌다. 그의 발언 자체에는 크게 문제될 게 없었지만 인터넷에선 실제 북한팀 축구화가 어떤지에 대한 논란과 함께 ‘사비를 털어서라도 북한팀에 축구화를 보내고 싶다’는 온정적 의견과 ‘핵무기 만드느라고 축구화 하나 못 사준다’는 조롱이 섞이며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中선 “北선수들 콜라 한캔 나눠먹어” 소문

북한 팀에 대한 소문은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인터넷에서도 화제다. 중국 난팡(南方)도시보는 “언젠가 북한이 중국을 2점 차로 이긴 뒤 캔에 든 콜라를 여러 명이 나눠 먹었다. 옌스둬(閻世鐸) 당시 중국축구협회 주석은 북한팀이 불쌍해 철제 난간에 머리를 찧으며 눈물을 흘렸다” 등 북한대표팀의 궁핍한 사정을 열거하는 사례들이 퍼지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많은 화제를 낳은 응원 도구인 부부젤라가 한국에서 전해진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누리꾼들은 한국화에 부부젤라와 비슷하게 생긴 악기가 등장한다며 ‘한국이 오래전부터 아프리카와 교류했다는 증거’라고 흥분했다. 이 그림은 1789년 작 ‘선전관연회도(宣傳官宴會圖)’로 왕의 시위(侍衛)·전령(傳令)의 출납을 담당하던 선전관을 환영하기 위해 군악대가 음악을 연주하고 연회가 벌어진 모습을 나타낸 그림이다. 국립국악원 이숙희 연구관은 “고대부터 군대의 신호용으로 쓰이던 ‘대각(大角)’이나 ‘바라(R(나,라))’일 것이다. 이들은 금관악기로 부부젤라와 비슷한 소리가 난다”고 말했다. 김영운 한양대 국악과 교수는 “이런 뿔 모양의 악기는 전 세계에 보편적이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에서 생산된 소문들이 부작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전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차두리를 두고 누리꾼들은 ‘차두리가 원래 로봇이었다’며 그를 ‘차봇’ ‘차미네이터’ 등으로 부르고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재치가 만들어낸 유쾌한 소문이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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