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잉글랜드 등 전통 강호 잇달아 졸전
빅클럽 전력보강 혈안 이적시장만 눈길
자국 유망주 발굴 안해 해외파만 즐비
추락하는 유럽, 날개는 있는가!
남미의 초강세, 유럽의 몰락이다.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를 비롯해 ‘축구종가’ 잉글랜드, ‘아트사커’ 프랑스, ‘전차군단’ 독일, ‘무적함대’ 스페인 등 내로라하는 유럽 강호들이 연이은 졸전으로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초반 2연승으로 16강 티켓을 따낸 ‘토털사커’ 네덜란드에 대해서도 “과거와 비교하면 약체”라는 혹평이 뒤따르고 있다.
급기야 ‘역대 최악의 성적’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더불어 부진의 원인을 파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각국 축구협회보다 막강한 자금력과 파워를 앞세워 전횡을 일삼아온 빅클럽들을 참패의 원흉으로 지목하고 있어 월드컵 이후로도 유럽축구계는 일대 홍역을 예고하고 있다.
○빅클럽의 탐욕과 조바심
남아도는 돈으로 전력강화에만 골몰한 나머지 자국의 유망주를 육성하는 대신 이적시장에만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잉글랜드축구협회 선수육성담당 트레버 브루킹도 “지난달 17세 이하 유럽축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스페인을 꺾고 우승한 것처럼 잉글랜드에는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이 많지만 이들이 국가대표로 성장할 만한 경험을 쌓을 기회는 많지 않다”고 동조했다.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절반 이상은 해외파다.
○변혁이 필요한 유럽축구
문제는 빅클럽의 전력강화방식과 팀운영 방식이다. 우선 빅클럽 대부분은 자국의 전도유망한 선수보다는 검증된 스타급 선수에게 거액을 안기는 방식으로 즉시전력 보강에만 치중한다. 또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를 비롯한 유럽축구연맹(UEFA) 경기와 자국리그 경기가 겹쳐져 선수들이 충분한 휴식 없이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까닭에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각국 대표팀 구성에도 악영향을 미치곤 한다. 빅클럽이 소속 선수의 대표팀 파견을 거부하는 일도 다반사다.
반면 남미와 아프리카는 반사이득을 챙기고 있다. 유럽의 빅클럽에 입도선매된 유망주들이 국가대표 상비군 전력을 살찌우는 화수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인터 밀란(이탈리아)에는 4명의 아르헨티나, 3명의 브라질 선수들이 포진했는데 이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고국 대표팀의 주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