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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동영]지방선거 시민 후원금, 왜 정당이 챙기나

입력 | 2010-06-22 03:00:00


한나라당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6·2지방선거에서 법정 선거비용 제한액의 74.6%인 28억8000여만 원을 썼다. 오 시장 측은 15% 이상 득표했기 때문에 선거비용 전액을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을 수 있게 됐다. 선거비용은 오 시장이 낸 돈과 한나라당의 지원금 등으로 충당됐다. 여기에 1만8000여 명이 10만 원 이하씩 거둬 모은 12억4000만 원도 포함돼 있다.

정치자금법 58조에 따르면 보전받은 총선거비용에서 후보자나 정당이 실제 부담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돈은 소속 정당에 귀속시켜야 한다. ‘나머지 돈’에는 후원자들이 십시일반 낸 돈이 해당돼 오 시장을 후원한 시민들이 낸 만큼의 돈이 한나라당으로 입금되는 것이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이 같은 현상은 선거 때 후원회를 둘 수 있는 광역단체장 후보와 기초단체장 후보, 교육감 후보에게 공통적이다. 다만 무소속 후보자는 선거비용을 보전받을 경우 후원금으로 충당했던 돈을 공익법인이나 복지단체 등에 기탁해야 한다.

선거비용을 국민의 혈세로 지원하는 이유는 부정한 돈을 받지 말고 깨끗하게 선거를 치르라는 취지다. 그런데 정치자금법을 고치면서 주요 정당들은 이 과정에 슬쩍 자신들이 부당이득을 챙기는 규정을 만든 셈이다. 선거비용을 부담한 주체에 실제 부담액만큼을 보전해 준다고 하면서도 후원금에 대해서는 정당에 그 몫이 돌아가도록 했기 때문이다. 후원금의 경우 연말 소득공제 때 10만 원 이하는 전액 세액을 공제해 주고 그 이상의 금액은 과세 대상 소득금액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후원자들 입장에서는 세금 환급을 통해 후원금을 사실상 돌려받았기 때문에 후원금으로 충당한 선거비용은 사실상 이중으로 보전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실제 사용한 선거비용만 보전해 주는 게 아니라 후원금만큼의 비용을 정당에 퍼주는 꼴이다. 선거비용을 실제 부담하는 전국 각 지자체의 살림은 어느 하나 넉넉한 곳이 없다. 일부 후원회를 결성하지 않은 후보도 있었지만 광역 16곳, 기초 228곳, 교육감 16곳에서 출마해 선거비용을 보전받을 후보들이 적지 않다. 한 선거구에서 2명씩만 후원금을 받았다고 해도 최소 수백억 원에 이르는 돈이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주요 정당에 흘러갈 참이다. 특히 오 시장 외에 김문수 경기지사와 민주당 한명숙,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 등 대중적 인기가 높은 후보들은 10억 원에 이르는 거액의 후원금을 모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 정당이 자신들이 쓰지도 않은 돈까지 선거비용 보전으로 챙겨가는 모순은 어떤 식으로든 개선돼야 한다.

이동영 사회부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