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약물복용 은퇴사건 악연 화제
첫 원정 월드컵 16강에 도전하는 한국은 23일(한국시간) 새벽 나이지리아와 운명의 일전을 치르면서도 같은 시각 벌어지는 아르헨티나-그리스전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예상대로 조별리그 B조의 절대강자 아르헨티나가 그리스를 상대로 어떤 결과를 빚을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번에도 어김없이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한국이지만 반가운 소식이 하나 있다. 아니 가벼이 지나칠 수 없는 과거사다.
1994년 아르헨티나-그리스전은 숱한 월드컵 매치의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나 어떤 이들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경기이기도 하다. 그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마라도나다. 이 경기 직후 도핑테스트에서 마라도나는 양성반응을 보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출장정지(15개월) 징계가 뒤따랐고 마라도나의 화려한 선수생명도 사실상 끝장났다. 결과적으로 그리스전은 마라도나의 몰락을 재촉한 경기였다.
21일 독일 DPA통신은 16년 전 마라도나의 약물 악몽을 회고했다. ‘골을 터뜨린 마라도나가 카메라 앞으로 달려와 내지르던 환호성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23일 아르헨티나-그리스전에 의미를 부여했다. “23일 그리스전 승리는 마라도나와 아르헨티나에 16강, 나아가 더 큰 목표를 향한 도약대가 될 수 있다.” DPA통신의 16년 전 과거 엿보기가 한국에 기분 좋은 울림으로 되살아나길 바랄 뿐이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