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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 팀워크… 공격 오른쪽 편중… 나이지리아 빈틈 많다

입력 | 2010-06-18 03:00:00

그리스전으로 본 전력

개인기 좋지만 구심점 약해
다혈질에 레드카드도 불러

역습-프리킥은 위협적
거미손 골키퍼도 뚫어야




이제 나이지리아다.

한국은 17일 남아공 월드컵 B조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에서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에 패하면서 23일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총력전을 벌여야 한다.

그리스가 17일 나이지리아에 승리하면서 한국은 23일 나이지리아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진출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기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다.

한국은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1승 1무 1패로 승점 4점을 얻었지만 스위스(7점), 프랑스(5점)에 승점에서 뒤져 16강행에 실패했다. 함께 1승 1패를 기록 중인 그리스에 다득점에서 앞서 유리한 게 사실이지만 23일 경기에 따라 상황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이 “나이지리아전에 모든 게 걸려 있다. 반드시 이겨서 16강에 가도록 하겠다”고 한 것이 그런 이유다.

앞선 두 경기를 볼 때 나이지리아는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다. 한국은 기대 이상의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며 그리스를 2-0으로 눌렀다. 아르헨티나에는 1-4라는 큰 스코어로 졌지만 경기 내용은 그리 나쁜 편이 아니었다.

반면 나이지리아는 전혀 강호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존 오비 미켈(첼시), 오바페미 마르틴스(볼프스부르크), 야쿠부 아이예그베니(에버턴), 치네두 오바시(호펜하임), 피터 오뎀윙기에(로코모티브) 등 유럽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이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구심점이 보이지 않는다. 선수 개개인은 뛰어날지 몰라도 팀으로서는 기대 이하다.

당초 나이지리아는 공격력이 뛰어난 팀으로 평가 받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공격 패턴은 단조롭고 골 결정력 역시 모자란다. 아르헨티나전과 그리스전에서 모두 오른쪽 측면 공격이 거의 유일한 공격이라고 할 정도였다. 아이예그베니를 비롯한 공격수들은 골키퍼와의 일대일 찬스에서도 골을 빈번히 놓쳤다.

필요 이상의 흥분으로 화를 부르기도 했다. 오른쪽 날개로 뛰던 사니 카이타(알라니야)는 그리스전에서 수비수 바실리오스 토로시디스와 볼을 다투다 오른발로 그를 가격해 곧바로 레드카드를 받았다. 그의 퇴장 후 나이지리아는 일방적으로 수세에 몰렸고 역전패를 당했다. 카이타는 23일 한국전에도 출전하지 못한다.

하지만 역습과 프리킥은 조심해야 한다. 12일 아르헨티나전에서 나이지리아의 미드필더들이 최전방 공격수에게 연결하는 공격은 날카로웠다. 나이지리아의 유일한 골은 그리스전 전반에 나온 칼루 우체(알메리아)의 프리킥 골이었다. 골키퍼 빈센트 에니에아마(텔아비브) 역시 한국 공격수들이 넘어야 할 벽이다. 에니에아마는 아르헨티나전에서 리오넬 메시의 결정적인 슈팅을 포함해 6차례의 결정적인 실점 위기에서 선방하며 베스트 선수로 뽑혔다. 그리스와의 경기에서 2골을 내주긴 했지만 여러 차례 인상적인 선방을 선보였다.

여느 아프리카 팀과 마찬가지로 나이지리아는 한번 바람을 타면 거칠 것 없이 무서운 팀이 되지만 조직력이 허물어질 때는 단숨에 무너지곤 한다. 한국 수비수들이 강한 압박으로 상대 공격을 차단하고 이청용(볼턴)이나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이 빠른 스피드를 발휘한다면 승부의 흐름은 단숨에 한국 쪽으로 흐를 수 있다. 한국이 나이지리아를 꺾고 기분 좋게 16강에 진출하기를 기대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