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마다 신화가 와글와글 해외 여행길에 찾아보세요”
터키 아프로디시아스에 있는 아프로디테 경기장을 찾은 한호림 씨. 사진 제공 웅진지식하우스
그는 1967년 해군에 입대할 때 성경과 그리스 신화를 들고 갔다. “책을 여러 권 가져가면 눈치 보일 때라 ‘오래 먹을 수 있도록’ 두툼한 걸로 골랐다”는 한 씨. 복무 기간에 몇백 쪽짜리 책에 직접 주석을 붙이면서 읽었고, 그렇게 그리스 신화와 인연을 맺었다.
책으로만 보던 신화를 일상에서 직접 마주친 것은 캐나다로 이민을 간 뒤였다. 어느 날 ‘굿이어 타이어’의 로고에서 ‘굿(Good)’과 ‘이어(Year)’ 사이에 새겨진 ‘날개 달린 신발’이 눈에 들어왔다. 전령의 신 헤르메스의 신발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그는 무릎을 쳤다. 그 뒤로 길을 갈 때면 좌우를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주유소에서 발견한 석유회사 모빌의 심벌은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였다. 그는 “관심을 갖고 보니 길모퉁이마다 신화가 와글와글했다”면서 “언제 어디서 신화와 마주칠지 몰라 항상 카메라를 갖고 다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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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토론토 시내 공공 도서관을 찾은 그는 표지판에 그려진 올빼미에 눈길이 갔다. 며칠 뒤 한 초등학교 입구에서 또다시 올빼미 동상과 마주쳤다. 궁금해져 신화를 다시 살펴본 그는 올빼미가 지혜의 여신 아테나에게 바친 선물로, ‘지혜’를 상징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뒤로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서점, ‘뉴욕 헤럴드’ 공원 입구의 기둥 등 곳곳에 새겨진 올빼미가 속속 눈에 들어왔다.
여행길에 그런 상징 찾기에 몰두하다 보면 괜히 골치만 아파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신화를 소재로 삼으면 동행한 사람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답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강조하는 그는 “이지스함을 군함의 종류 가운데 하나 정도로만 아는 사람이 많은데 이지스는 제우스가 아테나 여신에게 준 선물로, 어떤 공격이든 막을 수 있는 방패”라고 설명했다. 그 방패의 한가운데에는 메두사가 새겨져 있다.
한 씨는 아들이나 친구에게 얘기하듯 툭툭 던지는 말투를 그대로 책에 옮겼다. ‘고딩’ 같은 시쳇말도 간간이 사용했다. 다소 가벼워 보이는 문체지만 그 덕에 신화가 무겁지 않게, 술술 읽힌다. 그는 “어렵게 쓰고 싶어도 그런 재주가 없다. 저건 말이야, 이건 말이야 하는 식으로 평소 말하는 것처럼 썼다”고 밝혔다.
그는 “여행지에서 만나는 서양 사람들은 책을 갖고 다니면서 그곳에 얽힌 이야기와 유물 찾기를 즐긴다”면서 “올여름 해외여행을 떠나는 분들도 신화 찾기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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