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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파 초월 모든 그리스도교의 화합을 위하여”

입력 | 2010-06-04 03:00:00

■ 에든버러 세계선교대회 개막

WCC-교황청-성공회 대표 등
60여 개국 300여 명 참가
교회 일치운동 활성화 등 논의




2일 영국 에든버러에서 열린 2010 세계선교대회 개막 환영식. 한국의 아리랑 선율에 영어 가사를 붙인 찬송가가 울려 퍼졌다. 에든버러=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기독교를 넘어 천주교 성공회 등 모든 그리스도교의 화합을!”

‘에든버러 세계 선교대회’ 100주년을 기념하는 ‘2010 세계 선교대회’가 2일(현지 시간) 영국 북부 에든버러 에든버러대 폴락 홀에서 개막했다. 6일까지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미국 독일 한국 등 60여 개국 신학자, 성직자 300여 명이 참가해 세계 선교의 방향과 기독교의 에큐메니컬 운동(개별 교회 활동을 넘어 연합과 일치를 모색하는 운동)의 활성화를 논의한다.

1910년 열린 에든버러 세계선교대회는 북미, 유럽의 선교단체와 선교사 1200여 명이 참여해 기독교 최초로 선교운동의 방향을 논의하고 연합과 일치를 추구했던 행사. 이 대회는 이후 양대 세계 기독교 교회 연합체인 세계복음주의연맹(WEA·1912년 창설)과 세계교회협의회(WCC·1948년 창설)의 씨앗이 됐다. 당시 대회에는 한국기독교청년회(YMCA)를 창설한 윤치호(1865∼1945)가 한국 대표로 참석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기독교를 넘어 천주교, 성공회 등 모든 그리스도교의 화합을 모색한다. 이를 반영하듯 양대 기독교 연합체의 행정을 총괄하는 노르웨이의 울라프 티베이트 WCC 총무와 캐나다의 제프 터니클리프 WEA 총무뿐만 아니라 천주교를 대표해 교황청 교회일치위원회 서기 비숍 브라이언 파렐 주교, 영국 성공회를 대표해 존 센타무 대주교가 참가했다.

3일 오전 개막연설에서 티베이트 총무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모든 교회의 상징이므로 교회들이 하나 되기 위해 돌아가야 할 곳”이라며 “세상의 모든 이에게 은혜를 나누어 준 십자가의 관점에서 화합을 모색하자”고 강조했다. 터니클리프 총무도 “100년 전 에든버러 대회의 정신은 지금도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명확히 말해준다”며 “작은 교리의 차원을 넘어 하나님의 뜻을 구현하는 것이 이 시대의 소명”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한국 교회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2일 개막 환영연회에서는 한국의 아리랑 선율에 영어 가사를 붙인 찬송가가 울려 퍼졌다. 참가 대륙을 소개하는 이 행사에서 한국이 대만과 함께 아시아를 대표했다.

이영훈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는 4일 ‘여의도순복음 교회의 영성과 사회봉사’란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 교회 성장의 역사를 소개한다. 이철신 서울 영락교회 담임목사는 6일 오전 에든버러 세인트 자일스 교회에서 열리는 100주년 기념예배 설교자로 나선다. 세인트 자일스 교회는 1120년 스코틀랜드 왕실이 건립했으며 16세기 칼뱅주의 종교개혁가 존 녹스가 설교하면서 세계 장로교를 이끌었던 교회다.

3∼5일엔 전 세계 신학자들이 참가해 ‘선교의 형성’, ‘다른 종교 사이에서의 기독교 선교’, ‘선교와 포스트모더니즘’, ‘선교와 권력’, ‘신학 교육’ 등 다양한 주제로 논문을 발표하고 토론한다. 이 토론을 바탕으로 6일 기독교 선교의 방향을 제시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에든버러=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한국 교회도 세계 속 역할 고민할 때”▼

커스틴 김 대회 준비위원장


“한국 교회는 6·25전쟁과 1970, 80년대 민주화운동 당시에 사회의 정신적 토대를 제공했다고 봅니다. 앞으로 한국 교회가 발전하려면 시대의 요구를 찾아야 합니다.”

3일 만난 영국 에든버러 ‘2010 세계선교대회’ 커스틴 김 준비위원장(55·사진)은 지난 100년간 한국 기독교가 놀라운 성장세를 보인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영국 리즈 트리니티대 신학과 교수로 오랫동안 한국 교회를 연구해왔다. 남편인 김창환 요크세인트존스대 신학과 교수 덕분에 한국 교계의 사정에도 밝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영락교회 이철신 담임목사가 각각 주제발표와 기념 예배 설교를 하는 것은 한국 교회 위상을 보여주는 일”이라며 “이제 한국 기독교는 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 교회의 대형화 문제에 대해서는 “세계의 모든 교회는 규모의 확장을 목표로 한다”며 “대형화가 문제가 아니라 대형화를 통해 교회가 사회에 어떤 비전을 제시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기독교를 비롯해 모든 그리스도교가 참여하는 행사로 만들기 위해 앞으로 선교 방향을 정하는 연구 작업에 천주교와 정교회도 참여시키기로 했다. 이 연구에는 세계 신학자 100여 명도 참여한다.

그는 “2007년 케냐에서 열린 글로벌 크리스천 포럼에서도 천주교와 정교회가 함께했지만 이번처럼 교리의 차이를 넘어 선교를 주제로 여러 종교가 함께한 것은 처음”이라며 “이번 대회를 통해 그리스도교 화합의 중요한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