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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허영]검찰, 외부의 눈으로 들여다보라

입력 | 2010-06-01 03:00:00


스폰서검사 사건을 계기로 검찰개혁이 불가피해졌다. 불신과 냉소가 극심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뼈를 깎는 아픔을 감수하고 혁명적인 개혁방안을 내놔야 한다. 과거의 개혁방안은 미봉책에 불과했다. 오늘 검찰이 겪는 수모와 불신은 자업자득으로 볼 수 있다. 자율적인 개혁이 미흡하고 성과가 없으면 타율적인 개혁이 따른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나 특검 상설화 등 타율적인 개혁의 여지를 없애려면 이번만은 다른 각오와 결단을 해야 한다. 우리 검찰은 충분히 그런 능력을 가진 엘리트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평검사보다 국민 정서 먼저 살펴야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검찰이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서 출발해야 한다. 스폰서검사 사건을 보는 정서와 평가도 검찰 내부와 국민 사이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 현실을 진단하고 개선책을 찾기 위해 검찰총장이 일반 검사와 도시락을 먹으며 끝장토론을 하는 일도 무의미하지는 않다. 검찰 간부진과 일반 검사의 정서와 평가 사이에도 갭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반 검사와 국민의 인식에도 큰 차이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검찰을 보는 국민의 시각은 매우 부정적이다. 일부 검사의 부정과 부패가 검찰 전체의 명예를 지나치게 손상시키는 측면이 있다. 대다수 청렴한 검사가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검찰이 달라지려면 지탄을 받는 검사가 나오지 않게 제도적인 틀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검찰 감찰제도부터 고쳐야 한다. 지금의 감찰부 조직과 운용은 제 구실을 할 수 없다. 암행감찰기능을 도입해도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예방적 상시적 감찰을 한다고 자체 비리와 부정을 얼마나 찾아내 척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감찰업무는 내부적인 감찰조직과 외부적인 감찰조직을 분리해 이원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일원적인 감찰조직에 외부인사가 소수 참여해도 검찰조직의 생리상 별 의미가 없다. 외부인사만으로 구성된 감찰조직이 함께 활동해야 감찰기능이 제 구실을 한다. 통제 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 만고불변의 진리를 외면한 개혁안은 또 하나의 미봉책일 뿐이다.

인사제도도 획기적으로 고쳐야 한다. 엄격한 계급주의는 조직을 통솔하는 데는 편하지만 부패검사의 온상이 되기 쉽다. 검사 부부장검사 부장검사 차장검사 검사장 등의 계급을 줄여 순수한 보직 개념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검사는 다 같은 검사 칭호로 부르고 차장검사와 검사장은 행정적인 보직을 뜻하는 식으로 개선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리라고 본다.

검사계급 줄이고 보직중심 개편을

검찰개혁은 검사의 자세 변화가 병행돼야 성공할 수 있다. 권력기관에 근무하는 공직자 중에서도 검사는 엘리트 집단에 속한다. 그러나 검사 자신이 엘리트 집단에 속하는 선민(選民)이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오만과 부정과 비리의 씨앗이 자란다. 엘리트에 속하는 사람일수록 낮은 자세로 겸손과 친절의 덕목을 갖추어야 한다. 검사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가짐이 매우 중요하다.

검찰개혁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는 공권력을 상징하는 검찰권이 바로 서고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아 사회정의 실현에 제 구실을 해야 우리나라가 선진사회로 편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도 검찰을 이용해 이득을 보려는 부정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또 검찰에 대한 지나친 규탄을 자제하고 달라지려는 검찰의 자정노력을 지켜보는 것이 옳다. 검찰기능은 본질적으로 국민생활에서 어두운 사건을 파헤쳐 척결하는 일이므로 국민과 친화적인 관계일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검찰권은 사회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공권력임을 인식하고 잘못은 지적해도 애정을 갖고 격려하며 정치적인 외풍을 막아주어야 한다.

허영 헌법재판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