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검사보다 국민 정서 먼저 살펴야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검찰이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서 출발해야 한다. 스폰서검사 사건을 보는 정서와 평가도 검찰 내부와 국민 사이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 현실을 진단하고 개선책을 찾기 위해 검찰총장이 일반 검사와 도시락을 먹으며 끝장토론을 하는 일도 무의미하지는 않다. 검찰 간부진과 일반 검사의 정서와 평가 사이에도 갭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반 검사와 국민의 인식에도 큰 차이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검찰을 보는 국민의 시각은 매우 부정적이다. 일부 검사의 부정과 부패가 검찰 전체의 명예를 지나치게 손상시키는 측면이 있다. 대다수 청렴한 검사가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검찰이 달라지려면 지탄을 받는 검사가 나오지 않게 제도적인 틀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검찰 감찰제도부터 고쳐야 한다. 지금의 감찰부 조직과 운용은 제 구실을 할 수 없다. 암행감찰기능을 도입해도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예방적 상시적 감찰을 한다고 자체 비리와 부정을 얼마나 찾아내 척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인사제도도 획기적으로 고쳐야 한다. 엄격한 계급주의는 조직을 통솔하는 데는 편하지만 부패검사의 온상이 되기 쉽다. 검사 부부장검사 부장검사 차장검사 검사장 등의 계급을 줄여 순수한 보직 개념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검사는 다 같은 검사 칭호로 부르고 차장검사와 검사장은 행정적인 보직을 뜻하는 식으로 개선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리라고 본다.
검사계급 줄이고 보직중심 개편을
검찰개혁은 검사의 자세 변화가 병행돼야 성공할 수 있다. 권력기관에 근무하는 공직자 중에서도 검사는 엘리트 집단에 속한다. 그러나 검사 자신이 엘리트 집단에 속하는 선민(選民)이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오만과 부정과 비리의 씨앗이 자란다. 엘리트에 속하는 사람일수록 낮은 자세로 겸손과 친절의 덕목을 갖추어야 한다. 검사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가짐이 매우 중요하다.
검찰개혁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는 공권력을 상징하는 검찰권이 바로 서고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아 사회정의 실현에 제 구실을 해야 우리나라가 선진사회로 편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영 헌법재판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