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진영 강한 압박 상대팀 수비수 당혹
10명의 선수 포지션 지키며 유기적 협력
강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90분 내내 압박
한일전(24일)의 희비는 ‘압박’이 갈랐다. 일본이 장기라고 말하던 미드필드 플레이는 한국의 강한 압박에 빛을 잃었다. 일본은 한국전을 앞두고 측면 돌파를 활용한 크로스에 이은 공격 등을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하지만 측면 돌파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또한 상대가 수비 라인 뒷 공간을 활용하지 못하도록 미드필드에서 강한 프레싱을 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허정무호의 강점 중 하나는 바로 ‘압박’이다.
●공격수의 프레싱
박지성은 프레싱을 가할 때 수신호와 큰 목소리로 말하며 공격수들의 위치를 조정해 준다. 소속팀에서도 이처럼 강한 프레싱을 여러 차례 경험한 그는 공격수들의 프레싱을 전체적으로 지휘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셈. 박지성은 “주장이기 때문에 내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하지만 주장이면서 공격라인에서 최고참인 그를 따라 4명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공격수들의 압박은 상대 공격 흐름을 차단하는 1차 저지선이다. 공격수들이 효율적으로 압박을 하면 상대 수비수들은 미드필더에게 볼을 연결하기 어렵게 되고, 결국에는 골키퍼에게 볼을 연결하거나 최전방 공격수에게 킥으로 패스해야 한다. 롱 킥으로 패스를 하면 패스의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수비수들이 상대를 방어하기 용이해진다. 공격수들이 많이 움직여주는 만큼 같은 편 수비수들은 상대를 막아내기 수월해진다.
●10명의 움직임으로 만드는 압박
수비수 이영표는 “수비는 10명이 함께 한다. 공격수 한 명이라도 정해진 위치를 이탈하면 그 수비는 무너지게 되어 있다. 그래서 실점을 허용하는 것이다”는 말을 즐겨한다. 이것이 바로 압박의 뿌리다.
예를 들어 상대 오른쪽 풀백이 볼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그러면 전체적인 10명은 자신의 본래 위치보다 다소 왼쪽으로 치우쳐 압박을 가한다. 상대 오른쪽 풀백이 왼쪽 풀백에게 롱패스를 한다고 해도 볼은 높게 패스되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충분히 오른쪽으로 이동해 다시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이런 형태를 유지하면서 상대를 강하게 프레싱하면 10명 모두가 많이 움직이지 않고 효율적으로 상대의 공격 루트에 따라서 대처할 수 있다. 또한 볼이 어디에 있는 곧바로 상대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다.
●일본전 압박의 비밀은 스트라이커 위치
허정무 감독은 일본전에서 전반에 나선 2명의 스트라이커에게 수비 시 1명은 미드필더 쪽으로 내려오라고 지시했다. 쉽게 말해 공격 때는 4-4-2 포메이션이지만 수비 시에는 4-4-1-1이 된다. 허 감독이 이렇게 지시한 이유는 일본의 미드필드 플레이를 차단하기 위해서 공격수 1명을 아래쪽으로 내려 미드필드 수비를 도와주라는 의미였다. 이 전술은 효과 만점이었다.
●압력의 밑바탕은 체력과 정신력
90분 내내 강력한 압박을 펼치려면 강인한 체력은 필수요소다. 또한 정신적으로 무장이 되어 있어야 상대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낼 수 있다. 90분 경기를 치르면서 상대에게 기회를 전혀 주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일본전에서처럼 한국이 상대의 장기인 미드필드 플레이를 확실하게 방어할 수 있었던 요인은 선수들의 체력과 정신력이 빚어낸 압박 덕분이다.
이를 증명해주는 장면은 여러 차례 나온다.
박지성은 전반 중반 상대 오른쪽 풀백 나가토모에게 태클을 걸었다. 그가 태클을 피해 돌파를 하자 15m정도를 ¤아가 다시 태클을 해서 상대의 공격 속도를 늦췄다. 그 사이 이영표와 김정우가 함께 압박하며 볼을 빼앗았다.
수비형 미드필더 김정우는 이날 경기에서 계속해서 몸을 던졌다. 상대가 공격으로 전환할 때 태클이 가능한 범위에 있으면 어김없이 몸을 날려 상대의 공격 흐름을 끊었다. 간혹 파울이 나오긴 했지만 그의 적극적인 압박은 상대 속공을 무디게 만들었다. 이들 이외에도 차두리, 기성용, 이청용 등 선수 전원이 적극성과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상대를 압박해 2-0의 완승을 이끌어냈다.
도쿄(일본)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