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가 ‘∼척’이 어디 있나요.” 신성일이 돌아온다. 드라마를 통해서다. 그의 복귀를 위해 준비된 작품은 MBC 4부작 드라마인 ‘나는 별 일없이 산다.’ 이 드라마에서 그는 32살 연하의 배우 하희라와 연인으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사진제공=MBC]
■ 17년만에 브라운관 나들이
서른두살 연하후배와 멜로연기
사랑하는데 거북할 것이 있나요
“감독이 내 수영복 입은 사진을 보고 픽업했지, 뭐. 내가 몸매가 좀 되잖아?”
신성일은 26일부터 시작하는 MBC 4부작 드라마 ‘나는 별 일없이 산다’에서 연하의 여인과 사랑에 빠지는, 은퇴한 노교수 역을 맡았다. 연출가와 작가는 아예 기획 단계부터 신성일을 주연으로 점찍고 진행했다. 그래서 주인공 이름도 ‘신정일’이다. 극본을 쓴 작가는 이번에 칸 영화제에서 영화 ‘시’로 각본상을 받은 이창동 감독의 부인 이정란씨이다.
“오랜만의 출연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나”라고 물었다가 혼이 났다. “연기를 천직으로 생각한다면 늘 준비되어 있어야 진정한 프로페셔널”이라는 빈틈없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출연’이란 말부터 거부했다. “내가 506개 작품에서 주연을 했어요. ‘출연’이 아니라 ‘주연’입니다. 완전히 개념이 달라요. 출연은 엑스트라도 할 수 있는 거니까.” 신성일은 “영화는 써주지 않으니 나가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루는 지방에 갔다가 모녀의 대화를 듣게 됐다. 엄마가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라고 신성일을 소개했다. 그런데 젊은 딸이 물었다. “이름이 뭔데?”
“섭섭하더군요. 역시 텔레비전 밖에 없구나 싶더라고요.”
그러다 이번 드라마를 만났다. 간략한 줄거리를 담은 시놉시스만 100쪽에 달했다. “쾌재를 불렀죠. ‘드디어 나에게 기회가 왔구나. 놓치지 말아야지’ 했죠.”
“여보쇼! 이 나이에 딸 나이랑 연애하지 못하란 법 있습니까. 멜로물 하면서 108명의 여주인공과 촬영을 했어요. 나야 항시 여인을 사랑하니까. 조금도 거북할 거 없어요.”
그러면서 자신만의 ‘여주인공론’을 공개했다. 원칙은 하나. ‘여주인공은 예뻐야 한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은 ‘반드시’ 여자 주인공을 사랑해야 한다.
그래서 촬영 때 조명감독을 찾아가 “하희라 좀 예쁘게 잡아 달라”고 직접 부탁까지 했다. 이유는 “여주인공이 예뻐야 내가 사랑할 수 있다”였다. 이쯤에서 궁금했다. 32년 연하 여배우와의 ‘키스신’도 나올까? “유감스럽게(?) 한 번 나옵니다. 그런데 진하게는 안 시킵디다. 제대로 좀 하려니까 못 하게 하더구먼. 기분이 어땠냐고? 오랜 만에 하니 참 좋습디다. 하하!”
신성일은 드라마의 남녀 관계에 스킨십이 없으면 ‘앙꼬없는 찐빵’이라고 했다. “생각해 봐요. 돈 받고, 허가받고 키스할 수 있는 게 주인공 아닙니까. 그거 거부하면 바보지. 예전에 영화 찍을 때도, (검열에) 다 잘렸지만 난 진짜로 (키스를) 했어요. 내 연기론이 그래요. ‘∼ 척’하는 거, 절대 안 됩니다.”
“어떻게 해서든 두 자릿수 시청률이 나와야 하는데. 많이 좀 도와주세요.”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