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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그리스 대사 “한국-그리스, 나란히 16강 올랐으면…”

입력 | 2010-05-20 17:03:46


페트로스 아비에리노스 주한 그리스대사 단독 인터뷰

한국은?
반도국가 단일언어…그리스와 닮아
6·25 참전 인연도…곳곳 활력 넘쳐

그리스는?
94년 아르헨·나이지리아 대결 경험
응원 열기 2002년 한국만큼 뜨거워


페트로스 아비에리노스(60) 주한 그리스 대사는 솔직담백했다.

“축구를 잘 모른다”면서도 “우린 이번에 두 번째 월드컵 무대에 서는 데 한국과 나란히 16강에 올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큰 키에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인상의 아비에리노스 대사는 “전문적인 (축구) 지식이 나오면 많이 곤란하다”며 직원을 시켜 행정관으로 근무 중인 파나요티스 크리스토풀로스 씨를 인터뷰 자리에 배석시키도록 했다.

크리스토풀로스 씨는 그리스 2부 리그 클럽 선수로도 활동했다고 한다.

“왜 선수를 그만뒀느냐”고 묻자 아비에리노스 대사가 “담배를 하도 많이 피워서”라고 대신 답한 뒤 행정관의 멋쩍은 표정을 바라보며 껄껄 웃는다. 인터뷰는 20일 오전 서울 중구 그리스대사관에서 진행됐다.

-그리스는 반도 국가이자 단일 언어를 사용하는 등 한국과 유사성이 많다. 6.25 참전국이기도 하고. 한국 부임 후 느끼신 감정과 생각은 어떠한가.

“작년(2009년)에 대사로 임명받고 한국으로 건너왔다. 활기 넘치고 대단히 정력적인 사회라는 인상이 들었다. 어느 집단이든 전문성도 뛰어나고 대단히 역동적이었다. ‘빨리 빨리’라는 단어를 외국인들이 금세 깨우친다고 하는데 나 역시 그랬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불고기와 비빔밥이다. 그냥 통상적으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정말로 한국 음식들을 사랑한다.”

-그리스 국민들에게 축구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글쎄, 그리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 바로 축구다. 오토 레하겔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 경기뿐만 아니라 클럽 간 중요한 승부가 벌어지는 날이면 그야말로 온 시내가 마비될 정도다. 여러 분이 아실지 잘 모르겠지만 한국 무예인 태권도도 큰 인기를 끈다. 수많은 한국인 지도자들이 그리스에 파견돼 있고, 그리스 태권도 대표팀을 이끄는 이도 한국인이다.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우린 은메달을 한 개 땄고, 4년 뒤 베이징 대회에서는 금메달을 한 개 차지했다. 물론, 한국으로 태권도를 배우러 오는 선수들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굳이 한 개 종목을 더 꼽자면 농구도 큰 인기를 갖고 있다.”

-한국은 2002한일월드컵 때 붉은악마의 길거리 응원이 세계적인 화제를 낳았다. 그리스의 응원 문화는.

“여느 유럽 국가들이 그렇듯 축구가 열리는 날이면 오전 일찍부터 외지에 살고 있는 많은 서포터스가 시내 중심에 모여 킥오프를 기다리는 모습을 흔히 찾을 수 있다. 물론 승리하면 경기장부터 도심으로 행진하며 각자 응원 문구를 외쳐대는 등 온 도시가 떠들썩하다.”

-그리스도 예비엔트리를 발표하고, 본선 준비가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분위기다. 어떻게 전망하시나.

“잘 하리라 믿는다. 물론 양 국(한국과 그리스)이 올라가면 더욱 좋겠지만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좀 다르더라.(웃음) 한국이나 그리스나 첫 경기가 중요하다. 6월12일이 맞나? 여기서 승점 3을 확보하면 조별예선 통과가 수월할 것이다. 사실 그리스는 94미국월드컵 때 처음 월드컵 무대를 밟았는데 그 때 우리는 나이지리아와 아르헨티나를 만났다. 한국 대신 불가리아와 경기를 했던 게 달랐을 뿐.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양 국간의 친근함과 우정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스포츠 이벤트니까.”

-그리스에는 테오파니스 게카스(헤르타 베를린) 안젤로스 카리스테아스(뉘른베르크) 판텔리스 카페타노스(부쿠레슈티) 게오르기오스 사마라스(셀틱) 소트리오스 키르기아코스(리버풀) 등 유명한 선수들이 즐비하다.

“솔직히 대답해드리고 싶은데.(크리스토풀로스 씨를 바라보자) 사마라스는 그리스 축구 영웅이다. 한국에도 박지성과 기성용, 이청용 등 좋은 선수들이 많지만 그리스 역시 해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 많다. 전력상 그리스가 좀 더 강할 듯 하다. 바람일 뿐이지만.”

-그리스는 독일 출신 레하겔 감독이 오랜 기간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명장 대열에 올랐다는 평을 듣고 있는데. 오토 레하겔 감독에 대한 생각은.

“우린 레하겔 감독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다. 그리스가 유럽선수권을 처음으로 우승한 것도 레하겔 감독의 공로가 대단히 크다. 한국 축구가 영원히 잊지 않는 영웅으로 네덜란드 출신 거스 히딩크 감독을 거론하는 것과 비슷하다.”

-평소 즐기는 스포츠가 있는지.

“어린 시절, 암벽 타기와 동굴 탐험을 즐겨했다. 그리스에는 자연적이든, 인공적이든 동굴들이 많기 때문에 어느 지역이든 동굴 구석구석을 누비는 어린 친구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여느 남자라면 모험가나 탐험가에 대한 로망이 있지 않느냐. 솔직히 축구를 좋아하기보다는 동굴 탐험이 더 좋다.”(웃음)

● 페트로스 아비에리노스 주한 그리스 대사 프로필

생년월일: 1950년 10월20일(이집트 카이로 출생)
학력사항: 아테네 법학대학 졸업(72년)
경력사항:
변호사 활동(74~77년)
그리스 외무부 입사(77년)
서호주 퍼스 영사관 근무(80~83)
런던 대사관 2등 비서관 근무(84~85)
카이로 영사관 근무(95~97)
튀니지 대사(2000~2004)
쿠바 대사(2004~2006)
한국 대사(2009~현재)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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