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전쟁터를 전격 방문해 장병들을 위로하는 것과 같은 위험한 상황이라면 모르겠지만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길이 줄곧 이번처럼 잠행(潛行)을 해야 할 정도로 안전에 자신이 없다는 것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한 국가의 정상을 자처하면서 마치 무슨 죄인처럼 숨어 다니며 동선을 감추는 김 위원장이나 이번으로 다섯 번씩 되풀이해 ‘특별 의전’을 베푸는 중국을 전 세계는 어떻게 이해할까 궁금하다.
김 위원장이 5일 승용차를 타고 톈진(天津)에서 베이징(北京)에 도착한 후에는 중심가인 창안제(長安街)를 차량 30여 대가 퍼레이드를 하듯 지나갔다. 상당 시간 교통통제가 이뤄져 많은 베이징 시민들이 김 위원장의 방중을 알았을 것이다.
관영 신화통신은 1일부터 세계를 대상으로 ‘중국판 CNN 방송’으로도 불리는 영어 시험방송을 시작했으며 7월 1일부터 정식으로 방송한다. 하지만 김 위원장 방중 보도를 보면 뉴스의 신뢰성에조차 의문이 간다.
상하이(上海)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세계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중국은 세계 경제 2위 대국 자리를 놓고 일본과 경쟁하고 있다. 이런 나라에서 아직도 김 위원장의 잠행과 언론의 침묵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