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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정성희]교육감선거, 철지난 이념 혹은 로또?

입력 | 2010-05-07 20:00:00


주변에서 6·2 교육감선거에 꼭 투표하겠다고 결의를 다지는 사람이 늘었다.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의 구속, 장학사 비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시국선언 등 교육계의 혼란을 보며 학습효과가 생겼다. 교육감이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지, 교육감을 잘못 뽑으면 지방교육이 어떻게 망가지는지를 체감했을 것이다. 투표일은 임시공휴일이고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데다 유권자의 관심도 높아졌다. 투표율이 낮아 ‘대표성’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성싶다.

정치권 후광 노리는 후보자들

문제는 무명씨 후보자들이다. 다음 주가 후보자 등록기간인데 고만고만한 후보들이 난립해 유권자들은 공약 비교는커녕 누가 출마하는지조차 잘 모른다. 서울만 보더라도 이른바 진보진영이나 보수진영이나 ‘단일화’를 한다고 했지만 무늬만 단일화이다. 각 진영 내부에서 분열과 인신공격이 더 극성스럽다. 경기도에서는 보수진영 예비후보 4명이 무상급식 공약을 선점한 김상곤 현 교육감에게 밀리는 분위기다.

흔히 경쟁을 강조하면 보수이고, 평등을 강조하면 진보라고 생각하는데 교육에선 딱 들어맞는 말이 아니다. ‘사교육과의 전쟁’을 교육목표로 삼은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 범주에 넣어야 할 것인가. 이 대통령은 외국어고 축소 정책으로 보수진영의 비판을 받고, 학업성취도 평가와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공개로 진보진영한테서 공격을 받는다.

교육감선거 예비후보자들은 교육비전 제시나 정책 경쟁을 하기보다는 정치권의 후광 업기에 더 매달리고 있다. 보수진영 후보들은 한나라당 표심을 얻으려고 그 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옷을 입고 다닐 정도다.

일부 진보진영 후보들은 ‘MB교육 OUT’이라는 구호를 들고 나왔다. MB교육의 실체를 알고서 그러는지 쓴웃음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은 초기의 자율과 경쟁에서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중도실용 노선으로 바뀐 지 오래다. 점수 경쟁을 배제하겠다며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고 사교육의 진원지란 이유로 외고를 고사시키다시피 한다. 자율의 실종이란 점에서 ‘MB교육 OUT’을 외치고 싶은 것은 오히려 보수진영이 아닐까.

올해 초 터진 서울시교육청의 인사비리 입찰비리 등 교육비리를 대통령의 교육정책과 연결하려는 후보자도 있다. 세계 제일이라는 대한민국 학부모의 수준을 너무 얕잡아 본 저급한 선거 전략이다. 전국 교육청들의 비리는 역사적 뿌리가 깊어 과거 정권들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무상급식은 교육감 공약 될 수 없다


이번 교육감선거에서는 투표용지에 1번 누구, 2번 누구 식으로 기호를 표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후보자들은 첫 번째 칸 아니면 두 번째 칸, 그것도 아니면 마지막 칸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권자 투표 행태로 미루어 투표용지 표기 순서가 결정되는 14일이 선거전의 고비가 될 것 같다. 이러니 ‘로또 교육감’이란 말까지 나온다.

그나마 가장 뜨거운 쟁점이 무상급식이라는 대목에선 화가 치민다. 아이들에게 무상급식 해주는 게 교육감의 책무란 말인가. 내 생각엔 무상급식은 돈과 관련된 문제여서 지자체 형편에 따라 결정하면 될 일이다. 평준화정책 유지 여부, 교원평가제, 학업성취도 평가, 인성 및 진로교육, 전교조 명단 공개, 교육비리 척결 같은 교육현안이 산적해 있다. 그 숱한 공약 중에서 학부모들의 걱정이 큰 학교폭력 대책은 왜 없는가.

교육감 후보자들은 이념대결 구도에서 반사이익이나 챙길 생각부터 버리기 바란다. 자신이 진정 교육을 통해 나라와 사회와 사람을 튼실하게 만들 자질과 능력을 갖고 있는지 겸허하게 돌아봐야 할 것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