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후광 노리는 후보자들
문제는 무명씨 후보자들이다. 다음 주가 후보자 등록기간인데 고만고만한 후보들이 난립해 유권자들은 공약 비교는커녕 누가 출마하는지조차 잘 모른다. 서울만 보더라도 이른바 진보진영이나 보수진영이나 ‘단일화’를 한다고 했지만 무늬만 단일화이다. 각 진영 내부에서 분열과 인신공격이 더 극성스럽다. 경기도에서는 보수진영 예비후보 4명이 무상급식 공약을 선점한 김상곤 현 교육감에게 밀리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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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선거 예비후보자들은 교육비전 제시나 정책 경쟁을 하기보다는 정치권의 후광 업기에 더 매달리고 있다. 보수진영 후보들은 한나라당 표심을 얻으려고 그 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옷을 입고 다닐 정도다.
일부 진보진영 후보들은 ‘MB교육 OUT’이라는 구호를 들고 나왔다. MB교육의 실체를 알고서 그러는지 쓴웃음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은 초기의 자율과 경쟁에서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중도실용 노선으로 바뀐 지 오래다. 점수 경쟁을 배제하겠다며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고 사교육의 진원지란 이유로 외고를 고사시키다시피 한다. 자율의 실종이란 점에서 ‘MB교육 OUT’을 외치고 싶은 것은 오히려 보수진영이 아닐까.
올해 초 터진 서울시교육청의 인사비리 입찰비리 등 교육비리를 대통령의 교육정책과 연결하려는 후보자도 있다. 세계 제일이라는 대한민국 학부모의 수준을 너무 얕잡아 본 저급한 선거 전략이다. 전국 교육청들의 비리는 역사적 뿌리가 깊어 과거 정권들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무상급식은 교육감 공약 될 수 없다
이번 교육감선거에서는 투표용지에 1번 누구, 2번 누구 식으로 기호를 표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후보자들은 첫 번째 칸 아니면 두 번째 칸, 그것도 아니면 마지막 칸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권자 투표 행태로 미루어 투표용지 표기 순서가 결정되는 14일이 선거전의 고비가 될 것 같다. 이러니 ‘로또 교육감’이란 말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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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후보자들은 이념대결 구도에서 반사이익이나 챙길 생각부터 버리기 바란다. 자신이 진정 교육을 통해 나라와 사회와 사람을 튼실하게 만들 자질과 능력을 갖고 있는지 겸허하게 돌아봐야 할 것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