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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 천안함 협의 물꼬… MB “조사결과 中에 먼저 알릴 것”

입력 | 2010-05-01 03:00:00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이 30일 중국 상하이 서교빈관 사계청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회담하고 있다. 후 주석은 이 대통령에게 천안함 침몰 사건 희생자들에 대한 위로의 뜻을 밝혔다. 상하이=안철민 기자

■ 李대통령 - 후진타오 ‘상하이 엑스포’ 회담

‘외부공격’ 분명히 한 MB
“5000만 한국민 심각히 받아들여” 회담장 나오며 귀엣말 나누기도

중립적 태도 취한 후진타오
北과 관계 고려해 절제된 발언… ‘과학적-객관적 조사’ 평가 주목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30일 정상회담은 ‘짧은 만남 긴 여운’으로 요약될 수 있다.

두 정상이 일단 천안함 관련 협의의 물꼬를 튼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배석했던 이동관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천안함 관련)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며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 간 공식협의의 첫 단추”라고 설명했다.

사실 이번 회담은 이 대통령의 상하이(上海) 세계엑스포 개막식 참석을 계기로 일찌감치 예정된 ‘미니 회담’이었지만 천안함 침몰 사건이 발생하면서 두 정상 간 대화의 수위에 관심이 집중됐다.

우리 정부로선 북한 소행임이 드러날 경우 국제 공조하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제재 등 대응방향을 모색하려면 북한과 전통적으로 ‘혈맹’ 관계를 맺어온 중국의 양해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두 정상은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한 듯 절제되고 응축된 표현을 써가며 천안함 얘기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후 주석은 언론 앞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천안함 침몰 사고 희생자와 희생자 가족들에게 위로와 위문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천안함 침몰을 ‘사건’이 아닌 ‘사고’로 표현한 것에 대해 청와대는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다. 후 주석의 이날 발언에선 위로의 뜻을 전하면서도 한국 정부의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원인에 대해선 중립적 태도를 취하겠다는 뉘앙스가 곳곳에서 읽혔다.

이 대통령도 북-중 관계를 염두에 둔 듯 신중했지만 국내 여론을 감안해 할 말은 하겠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특히 “5000만 한국 국민이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5000만’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한국민의 슬픔과 분노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치밀하게 선택한 용어였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비접촉 외부 폭발’로 추정된다는 1차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도 설명했다. 특정할 순 없지만 ‘외부 세력’에 의한 침몰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면서 조사결과를 국제사회에 공개하기 전에 중국 측에 먼저 알리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후 주석이 구체적으로 어떤 답변을 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후 주석이 한국 정부가 과학적 객관적 조사를 하고 있다는 설명을 듣고 이를 평가한다고 답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중국 정부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천안함 침몰 원인조사의 객관성에 대해 일단 신뢰를 보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합동조사단이 최소한 현 수준 이상의 객관성과 과학성을 담보하면서 누구의 소행인지 밝혀낼 경우 중국 정부도 그 결과를 인정할 자세가 되어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수석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라는 게 경제적 문화적 교류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정치 군사적 분야까지 협력해 나가는 게 전략적동반자 관계다. 전략적동반자 관계를 심화 발전시켜 나가자는 데 함의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중국이 실제 향후 협의 과정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고 나올지를 장담하긴 힘들다. 사건 발생 후 침묵을 지키다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지난달 20일 ‘불행한 사건’, 27일 “관련 문제가 바람직하게 해결될 것으로 확신한다”는 짤막한 논평만을 내놓은 게 전부인 중국 정부는 ‘확증’이 없는 한 남한과 북한 사이에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공산이 크다.

정부는 향후 외교장관회담, 한중일 정상회담 등을 통해 중국과 협의의 틀을 유지하고 결과가 나오는 대로 조사 결과를 제공하는 등 성의를 표시하며 중국을 우군화하는 데 진력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의 회담은 당초 예정대로 30여 분간 진행됐다. 두 정상은 회담장을 걸어나오면서 따로 귀엣말을 나눴으나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상하이=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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