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유일 서울시장애인치과병원 가보니…
위생사 따로 보조… 목 받쳐주고 자세 잡아줘 편하게
버스 개조해 이동진료도… 적자 메울 정부 지원 절실
《“하나 둘 셋 하면 저희가 몸을 올려 드릴게요. 불편하시면 말씀하세요. 자, 하나 둘 셋!” 16일 서울시장애인치과병원의 한 치료실. 여성 치과위생사 두 명이 휠체어를 탄 60대 남자 장애인 환자를 능숙하게 들어올려 치과 진료대에 사뿐히 앉혔다. 옆 진료대에서 ‘윙’ 하는 치과 기계 소리가 나자 환자는 긴장한 듯 그쪽을 쳐다봤다. 직원이 환자의 목 뒤에 부드러운 베개를 받치고, 불편한 다리 자세를 고쳐주자 환자는 한결 편안해진 얼굴이었다. 옆에 있던 치과위생사가 “그나마 장애가 가벼운 환자여서 쉽게 진료대에 앉힌 것”이라며 “중증 장애인은 마취하거나 줄로 묶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홍익동 서울시장애인치과병원에서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 치과치료를 받고 있다. 비장애인의 편견과 낮은 건강보험 수가 때문에 장애인을 치료할 수 있는 치과병원은 거의 없다. 박영대 기자
이날 서울시장애인치과병원을 찾은 유진영 (가명·47) 씨는 오랫동안 간질을 앓아 마취를 해야 했다. 간질 약을 장기간 복용하면 잇몸이 과도하게 자란다. 커진 잇몸이 치아를 덮으면서 통증도 심해지고, 음식물 씹기도 힘들어진다. 유 씨를 치료한 치과의사 황지영 씨는 “중증 장애인일수록 스스로 치아관리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마취 뒤 여러 구강 질환을 한꺼번에 치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병원까지 오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치료하기 위해 45인승 버스를 개조한 이동진료소를 운영 중이다. 장애인학교나 시설에 주기적으로 찾아간다.
중증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치과가 적은 이유는 ‘환자를 받을수록 적자가 가중되는’ 구조 때문이다. 몸이 불편한 환자를 도울 보조 인력도 필요하고, 한 사람당 치료하는 시간도 배로 든다.
장애인 치과 치료가 힘든 이유 중 하나는 비장애인들이 중증장애인과 함께 진료받는 것을 꺼리기 때문. 병의원들은 비장애인들의 거부감을 없애려면 장애인용 출구와 진료실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데 현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서울·경기 소재 특수학교에 재학 중인 장애아 학부모를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380명 중 141명(37.1%)이 치과진료를 받으러 갔다가 진료 거부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보건복지부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전남대병원과 단국대병원 천안캠퍼스에 이어 올해 전북대병원과 제주도립재활전문병원을 장애인 치과치료 거점 병원으로 선정했다. 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건물 공사비를 절반씩 부담한다. 전남대병원과 단국대병원이 올해 11월 개원할 예정이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