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에 대해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얼마나 의지를 갖고 하느냐에 달렸다”며 조속한 비준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12일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워싱턴포스트와의 회견에서 한미 FTA가 양국 경제협력 차원을 넘어 미국의 대(對)아시아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국 간의 관심사를 넘어 글로벌 위기 이후의 세계질서 정립에도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오바마 대통령에게 FTA 비준을 위한 강력한 리더십을 요청한 것이다.
47개국 정상이 함께하는 이번 회의에서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양자회담은 예정돼 있지 않다. 그러나 두 정상은 13일 핵물질의 안전 확보를 위한 국가별 행동계획을 논의할 때 2시간 동안 나란히 앉는다. 한미 FTA는 2007년 6월 29일 최종 타결됐으나 두 나라 의회의 늑장으로 3년 가까이 비준되지 못한 상태다. 한미 FTA는 미국으로서도 고부가가치의 제조업 제품과 서비스를 수출함으로써 재정지출을 늘리지 않고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이다. 이 대통령을 인터뷰한 프레드 하이엇 논설주간은 칼럼을 통해 “군사 독재국에서 번영의 민주국가로 변신한 한국이 미국과의 협력을 원하는데, 미국은 미국 소비자와 산업에 이로울 이 기회를 편협한 정치적 이익 때문에 제한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대통령이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면 미국이 경제회복을 위해 보호무역주의로 갈 위험성이 있지 않나 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미국은 글로벌 리더십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 점을 미국은 경청해야 한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서 “전작권 전환 재검토를 이 대통령에게 건의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대통령은 이것을 알고 있고 여러 면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도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전작권 전환 연기 문제는 한미 정상 차원에서 논의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전작권 문제를 미국 행정부와 의회 지도자들에게 두루 설명해야 할 것이다. 전작권 전환을 유예하는 논의를 더는 미룰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