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대구/경북]경북항공고 특성화로 날아오르다

입력 | 2010-03-31 03:00:00

공군 중장출신 교장으로 초빙
올해 입학경쟁률 2.4 대 1

F-5전투기 등 4대로 실습
최고의 항공정비사 꿈 꿔




경북항공고 최창원 교사가 교내 항공실습장에서 항공정비과 학생들에게 F-5 전투기 내부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이권효 기자

“전투기 내부가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하지? 그래도 정비의 기본은 볼트 너트부터 정확하게 조이려는 마음가짐이야.” 최근 기자가 방문한 경북 영주시 풍기읍에 있는 경북항공고교. 이 고교 항공정비실습장(1300m²·약 390평)에서 최창원 교사(49)가 F-5 전투기를 살펴보며 학생들에게 항공정비 교육을 하고 있었다. 최 교사는 “항공기는 최고의 정비기술이 필요하므로 조금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학생들에게 강조했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이 실습장에는 실제 전투기와 세스나기 등 항공기 4대가 있다.

경북항공고가 항공정비 특성화 학교로 변신한 지 3년 만에 명문고로 ‘날아오르고’ 있다. 시골에 위치해 있지만 지난해 전국 111개 중학교 졸업생 188명이 지원한 데 이어 올해는 189개 중학교에서 283명이 지원해 2.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1954년 풍기고로 개교한 이후 우여곡절 끝에 항공특성화로 새로운 길을 찾은 것이다.

1995년 풍기공업고로, 2001년에는 영주과학기술고로 교명을 바꾸면서 활로를 모색하다 2006년 항공정비를 중심으로 경북도교육청의 특성화고로 선정되면서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재학생 355명 가운데 서울과 인천, 경기 출신이 59명이다. 항공특성화고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현상이다. 서울에서 인문계 고교에 다니다 이달 초 전학 온 황순재 군(18·항공정비과 2년)은 “항공정비사가 되고 싶은데 인문계 고교에 다녀 답답했다”며 “내가 정비한 항공기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을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는 황 군처럼 항공정비 전문가의 꿈을 안고 찾아온 학생을 쉽게 볼 수 있다. 경기 화성시에서 온 2학년 나도현 군(18)은 “어릴 때부터 비행기와 관련된 일에 흥미가 있어 진학했다”며 “항공정비사의 꿈을 꼭 이루고 싶다”고 밝혔다. 또 강원 양양군 출신인 2학년 김태신 군(18)은 “학교에 있는 비행기를 볼 때마다 가슴이 뛴다”며 “최고의 기술을 배워 항공기들이 하늘을 잘 날아다닐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북항공고의 역사는 짧지만 학생과 교직원들의 의욕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공군 작전사령관과 교육사령관을 역임한 배창식 교장(60·예비역 중장) 덕분이다. 공군사관학교를 나와 38년 동안 공군에 몸담은 그는 경북항공고가 국방부와 교육과학기술부에 의해 군 특성화고교에 선정됨에 따라 지난해 3월 초빙교장으로 부임했다. 배 교장은 “많은 항공기가 하늘을 누비기 위해서는 우수한 정비기술자들의 실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우리 학생들이 정예 항공정비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정성을 쏟겠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