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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서양식 병원 ‘제중원’ 당시 책임자 에비슨 씨 유품 살펴보니…

입력 | 2010-03-30 03:00:00

동아일보와 함께 일제하 숱한 계몽 강연




사회인사 230명 서명 ‘전별첩’ 등
사진-문서 100여점 국내 첫 전시


 제중원과 세브란스병원을 이끌었던 올리버 에비슨의 유품을 29일부터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전시하고 있다. 왼쪽부터 에비슨의 1917년 당시 사진, 1927년 동아일보사가 에비슨에게 준 치사(감사)장, 1935년 에비슨 귀국 시 사회인사 230여 명이 서명한 전별첩, 1932년 에비슨이 평화를 주제로 강연한다는 것을 알린 동아일보 사고. 사진 제공 연세대 의료원

‘…이제 본사(本社) 발전의 경(慶)을 천하와 한 가지 하려할 새 이 기회로써 인문계발의 공로자에게 사침(謝침·감사와 정성)을 독표(篤表·드러냄)함이 가장 잘 사회양심을 대표하는 소이(所以)임을 살피어 삼가 박의(薄儀·사례로 주는 것)를 받들어 높이 무적(茂績·다양한 공적)을 기리나이다.’

동아일보사가 1927년 4월 30일 한국 근대 의학교육의 선구자 올리버 에비슨(한국명 어비신·魚丕信·1860∼1956)에게 준 치사장(致謝狀)의 일부 내용이다.

연세대 의료원은 에비슨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29일부터 100주년 기념관에서 에비슨의 사진 문서 등 100여 점을 선보이는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 전시회에선 고종 황제가 1895년 7월 콜레라가 크게 유행하자 에비슨을 방역국장으로 임명했음을 알려주는 문서가 선보였다. 당시 대한제국이 방역국을 세운 뒤 서양인 의사에게 조직적인 방역사업을 맡긴 첫 사례다. 그가 사망했을 때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보낸 조전도 처음으로 전시됐다.

또 에비슨이 은퇴 후 한국을 떠난 1935년 김성수 당시 보성전문교장과 김활란 이화여전 부교장 등 사회 인사 230여 명이 서명한 ‘전별첩(이별을 아쉬워하는 문서)’도 소개됐다. 모두 국내에서는 처음 공개되는 문서다.

이외에도 에비슨이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세브란스 의학부 연극공연 ‘극분(劇分)의 밤’을 한다는 알림(1929년 10월 25일) △YMCA에서 ‘평화’를 주제로 강연한다는 알림(1932년 11월 11일) △의학강연회를 한다는 알림(1933년 11월 17일)을 낸 것도 소개됐다.

에비슨은 1887년 캐나다 토론토대 의대를 졸업한 뒤 1893년 선교사로 한국에 건너와 그해 한국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제중원의 책임자로 일했다. 1916년 선교사 언더우드가 숨지면서 경신학교 대학부(연희전문의 전신)를 이끌었고 1934년까지 세브란스 연합 의학전문학교와 연희전문의 교장을 겸직했다. 최근 SBS 드라마 ‘제중원’의 주인공인 박서양의 은사로 알려졌다.

박형우 연세대 의대 교수(의사학)는 “에비슨 탄생 150주년과 제중원 설립 125주년을 기념해 그의 사진 고서 등의 사료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견했다”며 “에비슨이 유독 동아일보와 함께 계몽 관련 강연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전시회는 다음 달 23일까지 열린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