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말 서울 성동구에 사는 김서희 양(가명·12)은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오던 중 사라졌다. 김 양의 부모는 딸이 납치됐다고 생각했다. 김 양이 사라지기 전에 낯선 남자에게 전화가 오기도 했다. 김 양의 부모는 112로 전화해 경찰에 실종신고했다. 경찰은 지역 일대에서 김 양의 행방을 찾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김 양은 찜질방에서 발견됐다. 김 양은 "엄마가 나를 자꾸 구속해 가출했다"고 밝혔다.
부산 여중생 사건 이후 경찰 내부에서 "실종 발생 시 초기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경찰에게 휴대전화 위치추적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아이가 실종된 것 같아 112에 신고를 해도 경찰은 당사자의 휴대전화로 위치를 찾을 수 없다. 현행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류(위치정보법) 제3조에 따르면 급박한 위험 시 당사자나 배우자, 2촌 이내 친족만이 긴급구조기관에 위치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긴급구조기관에 경찰은 빠져있다. 소방방재청·해양경찰청에게만 휴대전화 위치추적권이 부여된다.
이 때문에 경찰은 112로 실종, 납치 신고를 받으면 일대에 인력을 투입해 일일이 뒤지는 방식으로 수사를 할 수 밖에 없다. 실종자의 위치 정보가 필요한 경우 부모 등을 설득해 소방서에 위치 정보를 요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간이 걸려 초기대응이 늦다는 것이 경찰의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소방 측에게 의뢰하고 조율하다보면 시간이 너무 걸린다"고 밝혔다. 2007년 서울 홍대 인근에서 20대 여성 2명이 택시 승차 후 납치되자 휴대전화로 112 신고를 했지만 1초 만에 끊어졌고 이후 숨진 채 발견된 일도 있다.
하지만 경찰의 위치추적권 부여에 대한 반대도 적지 않아 개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시민단체 등은 경찰에게 위치추적권을 주면 개인 사생활 침해 등 오남용 우려가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휴대폰에 위급상황 긴급구조 버튼을 부착하고 경찰에 사전에 등록하면 그걸 토대로 위치추적이 가능하게 끔 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