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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첨단 스위치로 美 전투기 조종한다

입력 | 2010-03-26 03:00:00

■ F-35 조종간 22개 버튼중 12개가 ‘성진테크윈’ 제품




《18일 미국 메릴랜드 주 해군기지. 미군의 최신 전투기 ‘F-35B’가 헬리콥터처럼 공중을 맴돌다 사뿐히 내려앉았다. 첫 시험비행에 성공한 것이다. 이 비행기는 첫 단거리이륙 겸 수직착륙 전투기다. F-35 전투기는 긴 활주로를 이용해 뜨고 내리는 F-35A, 항공모함에서 쓰는 함상용 F-35C까지 모두 세 종류가 있다. 세 전투기 모두 조종사가 손에 쥐고 움직이는 조종간은 한국의 한 벤처기업이 만들었다. 대전 동구에 있는 ‘성진테크윈’이다. 2002년부터 전투기 조종간을 개발하기 시작해 마침내 세계 최고 전투기까지 몰고 있는 이 기업을 직접 찾아갔다.》

○ 공격할 땐 오른손, 피할 땐 왼손

고급 승용차 중에는 운전대 위에 변속기 스위치가 붙어 있는 모델이 있다. 운전자가 두 손을 모두 운전대에 올려놓고도 변속기어를 조작할 수 있어 작은 차이지만 안전성을 높인다. 0.1초 사이에 생명이 오가는 전투기 조종사에게 이런 장치는 더 중요하다. 조종간을 이리저리 트는 와중에도 손끝으로 비행기의 모든 기능을 제어해야 한다. F-35 조종실에 앉으면 앞에 대형 터치스크린만 보일 뿐, 복잡한 계기판은 모두 사라졌다. 비행기 작동에 필요한 모든 스위치는 왼손과 오른손으로 쥐는 두 개의 조종간 위에 붙어 있다.

오른손으로 잡는 조종간 ‘스틱’은 방향을 제어한다. 왼손으로 잡는 조종간 ‘스로틀’은 엔진 출력을 조절한다. 스틱 위에는 격발용 방아쇠, 무기 선택, 유도무기 조작, 안전장치 해제 등의 공격기능을 담당하는 스위치가 10개나 붙어 있다. 스로틀에 붙은 스위치는 모두 12개다. 속도제어, 호버링(공중정지), 유도미사일 회피장치 등 공격을 피하거나 빠르게 달아나는 기능을 손끝으로 제어할 수 있다. 성진테크윈 이명훈 연구1팀장은 “현존 최강 전투기인 F-22는 13개의 스위치가 붙어 있지만 F-35는 기능이 워낙 다양해 22개나 된다”며 “좁은 조종간 위에 필요한 스위치를 인체공학적으로 배치하고 조종사의 피로도를 줄이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F-35의 경우 버튼 하나만 눌러도 엔진 불꽃의 방향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어 수직 이착륙 등을 자유롭게 해낼 수 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5가지 동작 자유자재

엔진 불꽃 방향 조절 등
손끝으로 모든 기능 제어


○ 작은 전기스위치 1개 100만원

미 국방부가 F-35 개발을 시작하자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은 협력회사인 에섹스에 새로운 조종간을 개발해 달라고 요구했다. 에섹스는 세계 군사용 조종간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한국으로 눈을 돌려 2002년 성진테크윈에 찾아왔다. 처음엔 ‘스로틀에 붙일 전투기 모니터 조정 스위치 하나만 개발해 달라’는 제안이었다.

연구는 쉽지 않았다. 성진테크윈은 ‘5축 선택형’ 버튼스위치를 개발해야 했다. 버튼 하나로 5가지 방향을 선택하는 스위치다. 손가락을 버튼 위에 올린 뒤 전후좌우 네 방향으로 밀면 딸깍딸깍 소리를 내며 움직여야 하고, 가운데를 강하게 누르면 화면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 버튼을 조작하다 실수로 가운데 부분을 누를 경우엔 작동하지 않도록 적당히 딱딱하게 만들어야 했고, 불에 타거나 무거운 재질을 쓰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연구진은 1년간의 밤샘작업 끝에 마침내 버튼을 완성했다. 이 팀장은 “5축 버튼은 안쪽에 마름모꼴의 걸림쇠가 들어 있다”며 “걸림쇠 크기와 스프링 강도가 꼭 맞아 들어가도록 만드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작은 전기스위치 1개지만 가격은 100만 원이 넘었다.

에섹스는 완성된 제품을 보자 “필요한 기능을 완벽하게 구현했다”며 바로 추가 계약을 요청했다. 성진테크윈은 다시 2년의 연구개발을 거쳐 6가지 스위치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F-35 조종간에 붙어 있는 스위치 22개 중 12개가 이 회사의 제품이다. F-22, F-18용 스위치도 이 회사 제품으로 바뀌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며 국산 초음속 전투기 T-50, 한국형 헬리콥터 수리온, 국산 신형 전차 흑표에 쓰이는 조종간도 모두 성진테크윈이 개발했다. 이 팀장은 “3년간의 밤샘작업 덕분에 군용 부품 시장을 뚫게 됐다”면서 “국내 부품산업도 연구개발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틈새시장을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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