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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선거 ‘아바타 정치광고’ 새 장르로

입력 | 2010-03-23 03:00:00

경쟁후보 악의적 비난-희화화 누리꾼 관심 폭발




과장된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사악하고 음흉한 웃음, 사람을 오싹하게 하는 내레이션과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한 배경음악….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를 앞두고 애니메이션으로 후보의 ‘아바타’를 만들어 약점을 노골적으로 공격하는 악의적인 광고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에서 급속히 퍼지는 이런 정치광고가 앞으로 새로운 장르로 자리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 이베이 최고경영자(CEO)였던 공화당의 멕 휘트먼 후보(여)를 묘사한 정치광고(사진)가 대표적이다. ‘메가타’로 불리는 이 광고에서 휘트먼 후보와 똑같이 생긴 아바타는 자신의 고급 전용기 앞에서 잇몸을 드러내는 천박한 웃음을 지으며 재력을 자랑한다. 억만장자인 그가 민주당의 제리 브라운 후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3050만 달러의 자금을 확보하고, 개인자금도 3900만 달러나 쏟아 부은 것을 비꼰 내용이다. 휘트먼 후보에 반대하는 민주당 인사들과 노조 관련 단체에서 제작했다.

상원의원 자리를 노리는 HP CEO 출신의 칼리 피오리나 후보 진영이 내놓은 광고는 더 섬뜩하다. 경쟁 후보인 바버라 박서 상원의원의 아바타를 풍선처럼 부풀어서 미 전역을 떠다니는 모습으로 그렸다. 7분이나 계속되는 이 광고에서 박서 의원의 뚱뚱한 아바타는 미 전역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사람들을 위협하는 암적 존재로 묘사된다. 음산한 음향효과 속에 내레이션은 “박서 의원은 세금을 뜯어가는 위선자”라는 비난을 반복한다. 이런 광고들은 유튜브 같은 인터넷 사이트에 오르자마자 조회수가 급증하며 누리꾼의 관심을 모았다.

애니메이션을 이용한 정치광고는 정보기술(IT)을 이용해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제작할 수 있는 데다 경쟁 후보의 생김새나 행동 전력(前歷)을 심술궂게 묘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선거운동원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인터넷뿐만 아니라 케이블TV 등에서도 방영돼 전파 속도가 빠르다. ‘캠페인 미디어 연구그룹’의 에번 트레이시 대표는 “정치광고의 새 지평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