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복원용 한지 제조하는 김삼식 명장
‘문경 전통한지’를 만드는 김삼식 명장(왼쪽)과 아들 춘호 씨가 대나무발에 종이를 뜨면서 잡티를 없애고 있다. 이권효 기자
김 명장이 조선왕조실록을 복원하는 한지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최근 기자가 방문한 한지공장은 평범한 농가에 딸린 30m²가량의 아담한 공간이었다. 여기서 그는 하루 10시간가량 전통 방식대로 최고급 한지를 만들고 있었다. 열 살 무렵부터 종이 만드는 일을 했으니 올해로 6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가 가로 세로 2m 정도의 통에 있는 닥섬유(솜처럼 풀어진 닥나무)를 대나무발로 떠서 한지를 만들 때는 말을 붙이기가 어렵다. 일정한 온도(10도가량)에 맞춰져 있는 재료가 굳기 전에 작업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손님이 찾아와도 차 한잔 제대로 대접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돈벌이’와는 거리가 먼 전통 한지를 평생 만들고 있지만 그래도 아들이 곁에 있어 든든하다. 전수자인 아들 춘호 씨(36)는 10여 년 전부터 아버지와 함께 한지를 만들고 있다. 올해 2월 충북대 목재종이학과를 졸업한 그의 꿈은 전통 한지를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도록 하는 것이다. 춘호 씨는 “전통 한지의 품질은 모두 인정하지만 수출 기반은 거의 없다”며 “전통 한지를 단순히 계승하는 차원을 넘어 ‘한국 종이’를 글로벌 상품으로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