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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자 200여명 ‘시세보다 싼 차’ 잡기 경쟁

입력 | 2010-03-12 03:00:00

■ 중고차 분당경매장 가보니
응찰자 없으면 3초만에 유찰
약간 싸게 내놓는게 유리
“매물많아 선택 폭 크다”
전국 매매업체 대표들 북적




중고자동차를 전자경매 방식으로 사고파는 글로비스 분당경매장에서 경매에 참가한 사람들이 출품된 차량의 특징이 적힌 경매 현황판을 쳐다보고 있다. 좌석 앞에 놓인 응찰기를 누르면 가격이 한 번에 3만 원씩 올라간다. 사진 제공 글로비스

9일 오후 경기 광주시 오포읍 능평리 글로비스 분당경매장. 대학 계단식 강의실처럼 생긴 경매장에는 200여 명의 입찰자가 출품 차량 리스트와 경매장 정면에 설치된 경매 현황판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1237번 베라크루즈.” 경매 진행자가 출품 번호와 차종을 이야기하자 경매장 앞쪽에 설치된 경매 현황판에는 차량 사진과 연식 등 차의 특성이 소개됐다. ‘배기량 3L, 2007년식, 주행 거리 불명, 앞 패널 교환.’ 2890만 원에서 시작된 입찰 가격은 30초도 안 돼 3000만 원을 돌파했다. 노래방 점수처럼 올라가던 점수는 3256만 원에서 멈췄다. 경매 현황판에는 빨간 불이 반짝반짝 들어오면서 ‘낙찰’이라는 글자가 떴다. 차량 소개에서 낙찰까지 걸린 시간은 1분 남짓이었다. 뒤이어 출품된 1995년식 아반떼는 더 빨리 결과가 나왔다. 아무도 응찰자가 없어 3초 만에 유찰.

중고자동차를 전자 경매 방식으로 사고파는 이곳에서는 입찰자들이 자리 앞에 놓인 마우스를 한 번 클릭 할 때마다 가격이 3만 원씩 올라간다. 차를 파는 사람은 수수료 6만500원만 내면 되지만, 차를 사는 사람은 중고차 매매 사업자 등록증이 있어야 하고 가입비로 1000만 원을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차를 내놓는 사람은 새 차를 구입한 뒤 타던 차를 처분하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차를 사는 사람은 중고차 매매 업체 대표들이다.

충남 예산군에서 온 장순관 오가상사 대표는 “일단 중고차를 확보해야 장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전국의 중고차 매매 업체 대표들이 이곳으로 모여 든다”며 “매물이 넉넉해 선택의 여지가 많은 것이 중고차 경매시장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중고차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고수’들이 모여 경매를 하기 때문에 차를 보는 눈이 비슷하다. 시작 가격이 시세보다 낮으면 입찰자들이 몰리지만, 조금만 높아도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 경기 광명시에서 중고차 매매 업체를 운영하는 김영태 사장은 “중고차를 오래 팔아온 사람들이라서 보기만 해도 감이 온다”고 귀띔했다.

중고차 경매장은 이곳을 포함해 글로비스에서 운영하는 시화경매장, 대우자동차판매가 운영하는 서울경매장이 출품대수가 많은 ‘빅3 경매장’으로 꼽힌다. 3곳 모두 일주일에 한 번 경매가 열린다. 3군데를 합칠 경우 매주 약 1800대가 중고차 경매 시장에 나오고 그중 1100대 정도가 주인을 찾는다. 9일 분당경매장에서는 523대가 출품돼 322대가 낙찰됐다.

1990년대 중반 경기 광명시와 대구 등에서 시작된 중고 자동차 경매는 1999년 대우차판매가 경기 수원시에 서울경매장을 열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경매 방식도 전자경매가 도입됐다. 현대자동차 계열사인 오토에버시스템즈가 2001년 분당경매장을 설립하고, 이곳의 운영권을 넘겨받은 글로비스가 2008년 시화경매장을 설립하면서 중고자동차 경매 시장 규모가 커졌다. 지난해 분당, 시화, 서울경매장 3곳에서 거래된 중고차는 9만5000대에 이른다. 지난해 총 200만 대의 중고차가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비중이 높은 편은 아니다.

일반인들은 경매장 운영회사에 전화만 걸면 경매장 측에서 운송료 3만 원을 받고 차를 끌고 가 차량 검사를 한 뒤 경매에 부친다. 희망 가격은 차를 파는 사람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글로비스 분당경매장 오준석 소장은 “희망 가격이 시세보다 높으면 유찰될 가능성이 있다”며 “시세보다 약간 낮은 선에 내놓으면 입찰자들 간에 경쟁이 붙어 오히려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