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저질 外信기자도 있겠지만 우리도 빌미 주지 말아야

입력 | 2010-03-11 03:00:00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의 에반 람스타드 기자가 8일 외신(外信)기자 간담회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한국 여성의 사회 참여율이 저조한 것은 룸살롱 등 한국의 잘못된 직장 회식문화 때문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기업체 직원들이 재정부 공무원들을 룸살롱에 데려가는 것으로 아는데 이에 대한 기준이 있느냐”고도 했다. 질문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박철규 재정부 대변인에게는 “당신도 룸살롱 다니는 것 아니냐”고 비꼬며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람스타드 기자는 지난해 9월에도 김영민 재정부 외신대변인에게 욕을 해 물의를 빚은 뒤 사과 편지를 보낸 전력(前歷)이 있다.

람스타드 기자가 한국 여성의 사회 참여율과 룸살롱을 연결시킨 것은 한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소치다. 재정부 공무원들이 룸살롱 접대를 받는다는 식으로 비난한 것도 요즘 현실과는 맞지 않는 것 같다. 더욱이 한국 공직자에게 욕설로 모독한 행위는 세계 공통의 취재윤리에 크게 어긋난다. 재정부는 월스트리트저널 본사에 항의서한을 보내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는 한편 람스타드 기자에게 공보서비스를 중단키로 했다. 기자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범을 지키지 못한 행위는 비판받아 마땅하고 사과해야 옳다.

과거에도 한국에 대한 편견이나 우월의식에 빠진 일부 외신기자가 부정확한 보도와 부적절한 취재 행태로 물의를 빚는 일이 적지 않았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2008년 “한국이 외환위기 때와 유사한 상황” “한국은 아시아에서 금융위기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 등 사실 관계에 오류가 있는 과장 보도를 했다. 이 신문은 지난해 한국경제가 눈에 띄게 빠른 회복세를 보이자 기존 보도 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독자 기고를 실었다.

외신 보도는 신용평가사와 마찬가지로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대외환경’이다. 특히 외국인들의 대한(對韓) 투자심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과거 우리 사회에 심심찮게 존재했던 ‘외신 사대주의’나 맹목적 신뢰는 금물이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만도 없다.

정부는 외신의 잘못된 왜곡보도나 일부 기자의 부적절한 취재 행태에는 적극 대응하면서도 정확하고 시의적절한 정보를 제공해 트집 잡을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한다. 경제정책의 성과를 가시화해 외신에 휘둘리지 않는 경제체질과 구조를 만드는 것이 근본대책이다. 일부 외신의 부정확한 ‘한국 때리기’가 최근 줄어든 결정적 원인도 결국 우리 경제가 거둔 성과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