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지만 우리 매출 괜찮습니다. 연구개발(R&D)에 투자할 돈도 있어요. 그래서 건물까지 세웠는데 정작 인력은 7명밖에 못 구했습니다. 그나마 절반은 고졸 출신입니다.”
최근 정부가 마련하는 중견기업 육성책에 세금감면, 대출지원 등 중견기업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줄 방안들이 포함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반가운 일이다. 그간 중소기업 지원 혜택을 잃게 될 것이 두려워 스스로 성장을 억제한 중소기업이 적잖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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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젊은 인재들이 중소기업에 가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연봉 때문만이 아니다. 대학 입시 때와 마찬가지로 직장도 ‘이름’에 집착하는 과시적 문화, ‘중소기업은 불안정하다’고 보는 편견이 더 본질적 이유다. 실제 100만 원이 조금 넘는 대기업 임시직에는 박사급 인재가 몰려도, 200만 원 가까운 월급을 주는 중소기업 해외영업, 연구직은 거들떠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100만 원을 받아도 삼성에 입사하면 결혼이 쉽지만, 200만 원을 받아도 중소기업에 다니면 결혼이 어렵다더라”며 한국 사회의 불합리한 세태를 꼬집었다.
한쪽에서는 실업자가 넘치고, 다른 한쪽에서는 사람이 부족하다. 정부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일자리의 ‘미스 매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중소·중견기업 해외영업 지원 인력뱅크’ 또는 ‘R&D 지원 인력뱅크’를 설립하는 안을 생각해본다. 정부가 나서 해외영업 역량과 연구능력을 갖춘 인재들을 뽑고, 이들을 필요로 하는 중소·중견기업에 연간 단위로 장기 파견을 하면 어떨까. 정부는 ‘공무원’이라는 ‘감투’를 빌려주고, 고용에 따른 비용은 해당 기업이 부담한다면 중소·중견기업의 구인난과 청년 실업 문제를 일부라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임우선 산업부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