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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형…새벽별형… 10인 10색 ‘집필 시계’

입력 | 2010-03-04 21:23:35


작가들의 집필 장면을 떠올려보자. 적요하고 어두운 밤, 헝클어진 머리를 뜯으며 종이를 구기고 있는 모습이 연상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생활 환경이 변하면서 작가들의 작업 방식도 바뀌고 있다. 문학동네 조연주 차장은 "예전에는 밤새 꼬박 작업하고 오전에 잠을 청하는 작가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창작촌이 늘어나고 작업실을 갖는 작가들이 생기면서 이런 경향도 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작가들의 작업시간은 회사나 가사와 병행해야 하는 경우, 마감이 닥친 경우 등 때에 따라 크게 다르지만 개인의 성향에 따라 주로 선호하는 시간대 있다. 한국 작가들의 주요 작품들은 하루 중 어느 때에 탄생할까.

●직장인보다 부지런한 '아침형 작가'

아침형 작가들은 직장인들보다 더 이른 시간에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 3~4시면 이들은 이미 책상 앞에서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스스로를 "새벽형 체질"이라고 말하는 소설가 신경숙 씨는 최근 장편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새벽 3시부터 오전 9시까지 썼다. 윤성희 작가 역시 마찬가지다. 웹진 나비에 '구경꾼들'을 연재하면서 주로 새벽녘 작업을 시작해 오전 6시경이면 대충 집필을 마쳤다. 아침식사를 한 뒤 오전 중 퇴고를 하고 작품을 편집자에게 보내는 식이다. 이들은 저녁 이후 시간대를 가능한 단순화시키고 일찍 잠을 청했다.

이들 작가들이 새벽과 이른 아침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늦어도 오전 6시면 집필을 시작하는 소설가 오현종 씨는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쉽지는 않지만 밤에는 피로, 잡념 때문에 집중이 떨어진다"며 "맑은 정신으로 짧은 시간 집중하기에 이른 아침이 좋다. 소설을 쓰면서 오히려 '아침형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설 노동자, '출퇴근 형 작가'

통념과 달리 작가들은 시간관리에 엄격하다. 시간 활용이 자유로운 탓에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느슨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최근 늘어나는 출퇴근형 작업 방식은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작업실을 따로 마련해둔 작가들은 대부분 오전 9, 10시부터 오후 7, 8시까지 정해진 시간 안에 작업을 진행한다. 소설가 김훈 씨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는 오전 9시 전까지 산책과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일산의 작업실로 출근해 오후 8시 경 작업을 마친다. 얼마 전 신작 '재와 빨강'을 출간한 소설가 편혜영 씨도 이런 유형. 7여년간 직장생활을 했던 그는 늦어도 오전 9시부터는 작업을 시작하는 습관을 지니고 있다. 편 씨는 "오전 중에는 활자를 읽으면서 문장 감각을 읽히고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집필 한다"고 말했다.

다작(多作)의 소설가 김탁환 씨도 파주의 작업실로 출퇴근하며 하루 8시간 동안 원고를 쓰는 자칭 '소설 노동자'다. 젊은 소설가 정한아 씨, 김경주 시인도 직장인들의 출퇴근 시간과 흡사하게 하루를 보낸다. 김경주 시인은 "생활 리듬과 건강을 염두에 두게 되면서 직장인들보다 더 철저하게 하루를 관리하는 작가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올빼미형 및 기타 유형의 작가들

가장 흔한 유형은 올빼미형이다. 소설가 황석영, 조경란 씨 등은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하는 대표적인 작가들. 낮 시간에 모임을 비롯해 대외활동을 하는 황 작가의 경우 조용한 밤 시간대를 이용해 작업하고 오전 중 잠을 청하는 야행성이다. 그 시간대가 조금씩 늦춰지다 어느새 아침형 인간(?)이 될 때도 있다. 주로 밤샘 작업을 하는 소설가 조경란 씨는 밤새 작업한 뒤 낮에 자기 때문에 보통 오후 2, 3시 전에는 휴대전화가 꺼져 있다.

집안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야간작업을 택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소설가 서하진, 김종광 씨 등은 "가족들이 귀가를 마치고 모두 잠든 이후에야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에 보통 자정을 넘겨 작업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드물게는 회사 생활과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주말에 몰아서 글을 쓰는 '벼락치기 유형'도 있다. 대학 교직원으로 근무 중인 소설가 조현 씨는 "평일 중에는 집필 시간을 확보하기 힘들다"며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집필해서 일요일 오후 전에 끝내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룸 출판사의 정은영 주간은 "소설은 노동의 측면이 강한데다 장편은 몇 달씩 집중해 써야하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 계획적으로 작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많은 작가들이 번잡함, 외부 접촉이 덜한 밤 시간대를 선호하는 경향은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선희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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