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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人폭격… 無仁폭격?

입력 | 2010-03-04 03:00:00

지구 반대편서 버튼만으로… ‘무인폭격기 윤리학’ 논란




‘無위험’ 현실론
美 기지서 아프간 원격폭격… “아군 피해 없어 장점” 급증

‘無책임’ 비판론
사망자 3분의 1은 민간인… “게임하듯 살상 무자비”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미군이 무인폭격기로 탈레반과 알카에다를 공격했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파키스탄 탈레반 최고지도자 하키물라 메수드가 무인폭격기 공격으로 사망하는 등 성과도 뚜렷하다. 이에 미 공군은 실제 폭격기 조종사보다 무인폭격기 조종자를 더 많이 양성할 정도로 무인폭격기를 중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에 있는 조종자가 컴퓨터 게임을 하듯 버튼을 눌러 인명을 살상하는 것에 윤리적인 문제는 없는지 비판이 제기된다. 더욱이 사망자 중 3분의 1이 민간인이라는 조사 결과까지 나와 비판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 오바마 취임 후 무인폭격기 공격 급증

리퍼와 프레데터 등 무인폭격기에 의한 공격은 해마다 늘고 있다. 미군은 아프간에서 지난해 219건, 올해는 지난달 20일 현재 31건의 무인폭격기 공격이 있었다고 밝혔다. 2007년에는 74건, 2008년에는 183건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아프간 전장에서 무인폭격기의 공격은 어느덧 일상적인 일이 됐다”고 전했다.

파키스탄에서도 마찬가지다. 미 싱크탱크 뉴아메리카재단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군이 파키스탄에서 지난해 53건, 올해는 지난달 24일 현재 18건의 무인폭격기 공격을 실시했다고 집계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집권기였던 2004∼2008년 총 43건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1년간 이뤄진 무인폭격기 공격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2일 “공군은 현재 아프간 등지에서 매일 40대 정도의 무인폭격기를 띄우고 있는데 내년에는 50대, 2013년까지는 65대로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무인폭격기를 이용하면 아군의 병력 피해 없이 오지에 숨어 있는 적군을 공격할 수 있어 아군 사상자 증가로 반전 여론이 높아지는 것을 피할 수 있다.

○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민간인 희생

미군 네바다 주 공군기지에 근무하는 조종자는 무인폭격기에 장착된 비디오카메라로 1만 km 이상 떨어진 아프간 전장을 살펴보고 목표물을 발견하면 미사일이나 폭탄을 발사한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조종자는 임무를 마치고 퇴근해 집에서 바비큐 파티를 즐길 수도 있다”며 “컴퓨터 게임과 가상현실의 시대에 걸맞은 전투 방식”이라고 표현했다.

무인폭격기 사용을 찬성하는 이들은 ‘정밀한 공격으로 반군만 사살할 수 있어 민간인 피해가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뉴아메리카재단의 조사 결과 2004년 이후 파키스탄에서 무인폭격기 공격으로 사망한 1031명 중 322명(31.2%)이 민간인이었다.

국제법 전문가인 뉴욕대 필립 앨스턴 교수는 무인폭격기를 이용한 공격은 국제법 위반 소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한다. 전쟁 중이라고 해도 공격의 책임자가 누구이고 적을 살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 민간인 보호를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했는지 등이 명확해야 하는데 현재 이뤄지는 무인폭격기 공격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영국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무인폭격기 공격으로 민간인이 죽었다면 이는 전쟁범죄”라며 “플레이스테이션을 하는 마음으로 조이스틱을 움직여 폭격하는 조종자에게 생명에 대한 존중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