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지방선거 ‘IT 공약’ 쏟아진다

입력 | 2010-03-04 03:00:00

UCC-트위터 이어 “무선인터넷 와이파이 무료 제공”

서민-젊은층 표심 잡으려 정치권 너도나도 “시설 확충”
“와이파이 실정 모르는 얘기” 업계, 실현 가능성에 의문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트위터를 이용한 선거운동 허용 요구에 이어 ‘공짜 무선인터넷 공약’ 바람이 정치권에 불고 있다.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빠른 무선인터넷인 와이파이(무선 랜) 사용가능 지역을 시도 차원에서 대폭 확충해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것이 각 정당이 말하는 공약의 골자다.

그러나 통신업계에선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제공하는 게 아니라 도시를 와이파이로 덮어버리겠다는 것이라면 당황스럽다”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 너도나도 공약으로

각각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출마 선언을 한 진보신당의 노회찬, 심상정 두 전직의원은 “도서관 미술관 지하철역 동사무소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나 버스 열차에서 무료로 무선인터넷을 쓸 수 있도록 하는 획기적 방안을 내놓겠다”고 일찌감치 선언했다.

심 전 의원은 경기도에서 버스로 이동할 때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처리하곤 하는데 상대적으로 빠른 와이파이 가능 지역은 극히 일부에 그쳤고, 대부분 휴대전화망(3G)으로 접속하면서 속도 저하 및 사용금액 인상을 경험했다고 한다. 무료 와이파이 공약은 그런 경험의 산물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한나라당 원희룡, 김충환 의원은 모두 “무선인터넷은 이제 생활의 기본 인프라가 됐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무선인터넷 사용자의 불편을 덜어주는 적극적 정책을 펴야 한다”며 선거공약으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자유선진당 지상욱 대변인은 “젊은 세대의 휴대전화 부담이 크다”며 “대도시는 물론이고 지방의 중소도시에서도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에는 무료 무선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도록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 원장인 김효석 의원은 “서울지역 ‘대부분’에 와이파이를 깔아서 최강의 인터넷 도시로 만들겠다”며 “이번 선거는 와이파이 선거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민주당의 구상은 “가능한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진행한다”는 여타 정당보다 공약의 규모가 훨씬 크다. 민주당은 공약이행 재원 조달 방안 및 통신업계와의 비용처리 문제는 아직 내놓고 있지 않다.

○ 와이파이 공약에 담긴 동상이몽

정치권은 이런 공약을 놓고 저마다 ‘우리 당에 유리하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나라당은 당 차원에서 국회의원 169명 전원과 중앙당 및 각 시도지부 사무처 직원 전원에게 총 500여 대의 스마트폰을 이르면 다음 주에 지급할 예정이다.

정병국 사무총장은 “한나라당은 스마트 정당으로 간다. 정치권 불신의 뿌리는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정치였다. 20, 30대 젊은 층을 따라잡고, 결국엔 이끄는 것이 한나라당의 역할이라는 것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와이파이 공약을 이명박 정부 공격에 활용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보통신부가 통폐합되는 등 정보통신 정책이 후퇴했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스마트폰 사용이 쉬워지는 환경 조성이 20, 30대 젊은 유권자의 정치참여 확대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 통신업계는 당황

통신업계는 정치권에서 와이파이 무료사용 공약이 밀물을 이룰 조짐을 보이자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특히 “서울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무료로 무선 랜을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민주당의 구상은 통신업계를 긴장하게 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무선 랜을 서울시내 대부분 지역에서 무료로 쓰게 하면 가입자들은 통신료를 전혀 내지 않고도 ‘공짜 인터넷’에 접속하거나, 공짜 통화를 할 수 있다”며 “통신사의 존립 기반이 흔들릴 사안”이라고 말했다.

통신업계는 정치권이 주목하는 기술이 와이파이라는 점도 ‘시대에 뒤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와이파이는 속도가 빠르고 값이 저렴한 대신 전파 도달 범위가 좁다. 서비스 범위를 넓히려면 비용이 많이 들며, 이동하면서 쓰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 나오는 무료 와이파이 공약은 구상을 밝히는 수준이란 점에서 ‘와이파이’라는 기술 자체보다는 ‘무료로 다수가 무선인터넷을 쓰도록 한다’는 점에 무게를 둔 측면이 강하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무선인터넷 서비스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적은 비용으로 효율적인 통신망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단순히 와이파이만을 생각하기보다 휴대전화망, 와이브로, 유선 초고속인터넷 등의 장단점을 감안한 정책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