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은 있었지만 감동은 없었다. 흥은 있었지만 재미와는 거리가 멀었다.
3일 새벽(한국시간) 런던 에미리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 아일랜드의 A매치 분위기였다. 결과는 2-0 브라질의 완승.
그러나 ‘꿈의 축구’라던 거창한 타이틀과는 달리 내용은 기대 이하였다.
브라질은 2006년 9월 ‘남미 라이벌’ 아르헨티나를 3-0으로 완파했고, 2007년 2월에는 포르투갈에 0-2로 졌다. 2008년 3월 스웨덴에 1-0으로 승리한 뒤 작년 2월에는 이탈리아를 2-0으로 격파했다.
지나친 기대감 탓일까.
옷깃을 여미게 한 강추위도 카카의 킬 패스와 맹수 같은 호비뉴의 골 본능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으나 그라운드는 크게 달아오르지 못했다. 강한 파워와 조직력을 주 무기로 삼는 아일랜드는 딱 2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을 뿐, 주도권은 일방적으로 브라질이 쥐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 내용은 내내 엉성했다. 에미리츠 스탠드를 채운 4만여 관중들의 한숨은 괜한 게 아니었다. 오죽 답답했으면 브라질과는 영원히 공존할 수 없는 “아르헨티나”를 외쳤을까.
브라질 팬이 다수를 차지한 스탠드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이날 입장권 가격은 32파운드(5만5000원)부터 75파운드(12만9000원)까지 다양했다. 경기가 가장 잘 보이는 본부석이나 맞은편 2층 스탠드 좌석이 배정되는 45파운드(7만7000원)짜리 티켓이 가장 빨리 매진됐다.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를 생생히 느낄 수 있지만 시야 확보는 어려운 1층 하단열의 경우는 37파운드(6만3000원)였다.
그대로 날아드는 슛은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또 하나의 보너스였다.
전반 8분을 즈음해 본부석 2층 오른쪽에서 시작된 반팔 노란 유니폼 차림 삼바 패거리의 흥겨운 리듬은 2파운드짜리 맥주 한 잔을 걸친 채 거친 목소리로 “아일리시”를 외치는 아일랜드 팬들과 대조를 이루며 이색적인 광경을 연출했다.
런던(영국)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