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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두희]국격은 국민의 품격으로 이뤄진다

입력 | 2010-03-03 03:00:00


기립박수. 선수나 연기자가 극히 잘하여 강한 감동을 받았을 때 관중이 하는 가장 큰 표현 중의 하나다. 우리는 기립박수를 보내고 싶은 겨울올림픽 선수가 많아서 행복했다. 선진국만의 잔치였던 겨울올림픽 종목에서 아시아인 최초의 메달을 따낸 사실은 새로운 역사가 됐다. 이런 엄청난 일을 성취한 후에 하는 신세대의 여유 있는 말이 더욱 그들을 대견스럽게 만든다. 우리의 미래가 더 밝은 것 같아 박수 치는 손에 힘이 더 들어간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같은 기분일 것이다.

이런 기립박수가 자국 선수와 사투를 벌인 경쟁국 선수에게 쏟아졌다. 온통 오렌지색으로 덮였던 1만 m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관중석에서 경쟁자인 한국 선수에게 보낸 찬사였다. 그들은 스피드스케이팅을 국가의 자존심이라고도 여기는 네덜란드인이었다. 더군다나 무명의 동양인이 자국 선수를 한 바퀴나 추월하여 자존심이 짓밟힌 상황이었는데도 그들은 함성과 함께 기립박수를 쳤다. 올림픽 기록으로 달린다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경기 도중에도 한국 선수를 응원했다. 그 오렌지색의 관중이야말로 진정한 기립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

이번 겨울올림픽을 통해 우리나라는 국가 이미지를 크게 높였다. 당당히 겨울 스포츠 강국으로 떠오르면서 세계의 집중적 시선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스케이팅 코너워크를 배우기 위해 우리나라로 유학하려는 선수가 늘어날지 모른다. 메달 집계표에서 선진국과 나란히 하는 코리아 브랜드가 전 세계인에게 선진국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줄 것이다.

한편 이번 경기에서 패배한 네덜란드는 어떤가? 한국인의 인지구조에는 과거 히딩크 감독의 능력과 오렌지색 관중의 품격 있는 행동이 잘 어우러질 것이다. 친구로 삼고 싶은 멋있는 네덜란드가 되지 않을까? 네덜란드는 스포츠 경기에서는 졌지만 수많은 한국 팬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국가 브랜드는 이렇게 형성된다. 국가 브랜드는 국력과 품격의 조화로 이루어진다. 국력은 있으나 품격이 떨어지면 오히려 질시의 대상이 된다. 차라리 국력은 부족해도 품격이 있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다행히 지금 우리나라는 스포츠나 기업의 경쟁력과 국제정치적 영향력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가 브랜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고전하는 이유는 다분히 품격의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국가의 품격은 국민의 생각과 행동에서 풍기는 국민의 품격으로 결정된다.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를 넘는다고 선진국이 되지는 않는다. 국민소득 수준은 선진국이 되기 위한 하나의 조건에 불과하다. 국민의 품격 수준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선진국으로 세계인은 인정할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2050년까지 우리나라가 세계 2위의 경제 강국이 되리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때까지 우리의 품격이 그 영향력에 걸맞을 정도로 높아지고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신세대의 적극적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인터넷 소통과 화학적 반응을 일으킨다면 짧은 시간에 가능하리라고 확신한다. 인터넷이 세계 최고로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무엇이든 빨리 진화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품격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국가브랜드위원이 되어 노력할 때 형성된다. 국가 브랜드는 결국 국민 각자에 의해 완성된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는 국민 각자가 주체가 되는 선진국민운동을 제안하고자 한다. 선진국민 수준에 걸맞은 의식과 행동을 갖추기 위한 자발적 품격 운동이다. 우리도 다른 나라 사람이 친구로 삼고 싶어 하고 존경하는 멋있는 국민이 될 수 있다. 만약 우리 세대에 어렵다면 자손에게 좋은 전통을 물려주자. 언젠가는 다른 국민으로부터 기립박수를 받게 하자.

이두희 국가브랜드위원회 기획분과위원장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