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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서술-논술을 잡아라/초등생 고득점 노하우

입력 | 2010-03-02 03:00:00


정리,정리!… 학습 과정의 모든 것을 일기쓰듯 적어라

《서울의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주부 최모 씨(37)는 며칠 전 신문기사를 보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초등 1, 2학년을 제외한 모든 초중고 중간·기말고사에 서술형 문제의 출제 비중이 확대된다는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아들이 다니는 학교 시험에선 지금껏 서술형 문제가 출제되지 않았던 탓에 아들의 문제집을 고를 때도 서술형 문제가 다수 포함된 문제집은 아예 사지 않은 최 씨. 글쓰기를 유독 싫어하는 아들을 걱정하면서도, 하루에 정해진 분량만큼 문제를 풀게 할 뿐 풀이과정을 쓰거나 틀린 내용을 꼼꼼히 정리하도록 지도하지는 않았다.

최 씨는 “지금까지는 아들이 평균 95점으로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지만 변별력 있는 서술형 문제가 30% 이상 출제되면 성적이 떨어질 것 같아 고민”이라면서 “초등학교 저학년 때 다른 아이들처럼 독서논술 지도를 받게 할걸…”이라고 말했다.》
‘이 단원과 관련된 단원은?’ 끊임없이 생각 연결 훈련하면
‘우리 주변에서… 원리 2개 찾으시오’ 형식 문제 만나도 척척

서술형 평가는 이제 중고교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초등 3, 4학년은 올해 2학기부터, 초등 5, 6학년은 당장 이번 학기부터 중간·기말고사에서 단답형 주관식 문제가 아닌 ‘진짜’ 서술형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선 △지문을 읽고 주인공이 특정 행동을 한 까닭을 찾아 쓰거나 글을 읽고 깨달은 점을 한 문장으로 쓰는 문제 △‘보기’에 주어진 단어를 이용해 주어진 문제에 대한 답을 완성된 문장으로 쓰는 문제 △사진, 지도 같은 자료를 해석해 문제를 풀고, 그렇게 생각한 까닭을 쓰는 문제 △정답을 그림으로 그려 표현하는 문제 등이 출제된다. 수업시간에 배웠던 개념이나 원리를 반드시 포함해 수십 자 이내로 답안을 작성해야 부분감점 없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서술형 문제에 대비하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평균 95점 이상의 성적을 유지하며 올해 교육청 영재교육원 교육대상자로 선발된 서울 돈암초등학교 6학년 신지윤 양(12)과 서울 을지초등학교 5학년 오진석 군(11)의 공부법을 통해 서술형 문제 고득점을 위한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과학부문 영재교육 대상자로 뽑힌 신 양은 ‘정리의 달인’이다. 수업시간 선생님의 설명부터 교과서에 나온 과학 원리, 관찰·실험 도중 떠오른 아이디어까지 학습 과정을 빠짐없이 노트에 요약해 적는다. 한 단원이 끝나면 △이 단원에선 무엇을 배웠는지 △핵심 원리 또는 개념은 무엇인지 △특정 유형의 문제는 어떻게 푸는 것이 더 효과적인지를 일기 쓰듯 쭉 적는다. 평소 공부했던 내용을 자기 식으로 풀어 쓰는 훈련을 꾸준히 하면 무엇을 써야 할지 알면서도 어떻게 답안을 작성해야 할지 몰라 애를 먹는 경우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신 양의 설명이다.

또 신 양은 영재교육원에서 수업을 받았을 때처럼 학교 수업을 들을 때도 특정 단원을 배운 뒤엔 이 단원과 관련된 단원이 무엇인지 연결해 생각해 보는 연습을 한다. 교과서에 나온 실험과정을 응용해 새로운 과학 실험과정을 설계해 보거나 실험에 필요한 도구를 주변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사물로 바꿔보기도 한다.

신 양은 “이런 훈련을 꾸준히 하면 ‘우리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과학의 원리를 두 개 이상 찾아 쓰시오’ 같은 서술형 문제가 나왔을 때 당황하지 않고 쉽게 답안을 작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수학부문 영재교육 대상자로 선발된 오 군은 수학 풀이과정을 말과 글, 그림 등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서술형 문제 풀이 실력을 키운다.

오 군은 수학 문제를 풀 때마다 친구들과 토론하며 풀이과정을 비교해보고,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 노트에 꼼꼼히 기록한다. 문제풀이 과정을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바로 답지에 쓰려고 하면 어렵지만, 친구들과 대화를 통해 말로 한 번 표현해 본 뒤 그 내용을 글로 옮기면 훨씬 쉽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 군은 답은 같은데 해답지와 풀이과정이 다를 때도 선생님을 찾아가 질문하면서 풀이과정을 말로 설명해본다.

오 군은 도형이나 경우의 수에 관한 문제를 풀 땐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색종이로 도형을 만들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풀이과정을 구체화하는 방법을 활용한다. 풀이과정을 수로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림이나 기호로 단순화해보면 문제풀이의 실마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오 군은 “서술형 문제엔 풀이과정뿐 아니라 문제를 왜 이렇게 풀었는지에 대한 설명까지 써야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런 경우 그림을 활용하면 훨씬 쉽게 답안을 작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