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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박성원]반란표

입력 | 2010-02-25 03:00:00


1969년 4월 8일 국회에서 신민당이 제출한 권오병 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표결에 부쳐졌다. ‘가(可)’ 89표, ‘부(否)’ 57표, 무효 3표로 통과됐다. 투표에 참가한 공화당 의원들이 모두 100명이었으니 최소 40명 이상이 당명(黨命)을 어기고 해임안에 찬성한 셈이다. 휴가차 경남 진해에 머물던 박정희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급거 상경해 항명의원 색출령을 내렸다. 양순직 예춘호 박종태 김달수 정태성 의원 등 주동 의원 5명이 ‘야당과 내통해 반란을 일으킨’ 죄목으로 제명됐다.

▷1971년 10월 2일 역시 신민당이 낸 오치성 내무부 장관 해임안이 가결됐다. 김종필 국무총리와 대립해온 '공화당 4인 체제' 중 김성곤 중앙위의장과 길재호 정책위원장이 항명주도세력으로 지목됐다. 20여 명의 현역 의원이 남산 중앙정보부로 끌려가 각목 세례를 받았다. 김성곤 의원은 조사관들에게 콧수염을 뜯기고 발가벗겨진 채 고문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2일 미국 상원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하는 일자리 창출 법안 처리에 스콧 브라운을 비롯해 야당인 공화당 의원 5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들의 가세로 법안토론 종결 동의안은 찬성 62표, 반대 30표로 가결됐다. 100명 의원 중 60명 이상이 찬성해야 토론을 종결할 수 있다. 야당 5인의 이탈로 공화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대열은 무너졌고 법안 찬반투표가 가능해졌다. 에번 바이 상원의원(민주당)이 15일 “의회가 당파주의와 타협을 모르는 경직된 생각에 빠져 있다”며 11월 중간선거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5인 그룹은 초당파 정치의 미덕을 되살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내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총회 이후 표결을 시도할 계획이다. 기존의 세종시 원안 당론을 변경하는 데 필요한 113명을 웃도는 120명가량을 확보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친이계 내부의 ‘반란표’는 없을지, 사실상 ‘당내당(黨內黨)’처럼 원안 고수의 성(城)을 견고히 쌓고 있는 친박(친박근혜)계 내부에서 수정안에 찬성하는 또 다른 반란표는 없을지에 따라 양측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