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아내 7년간 오토바이 태우고 병원 다니다 사고… 아내 숨져시력잃은 아내 멀미 안나게 천천히 몰아 병원까지 3시간일도 접고 병수발 했지만…“여보 미안허요, 미안허요”
전남 고흥군 대서면에서 농사를 짓는 김 씨는 이틀 전 오토바이 사고를 당했다. 사고 지점은 집에서 70여 km 떨어진 광주였다. 김 씨는 당뇨병으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아내를 태우고 병원이 있는 광주까지 찬바람을 맞으며 달렸다. 문 씨는 10년 전 당뇨병에 걸려 병원 치료를 받던 중 3년 전부터 합병증 때문에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 1급이다.
어둠이 깔릴 무렵 김 씨가 모는 오토바이는 광주 동구 소태동 왕복 6차로에 접어들었다. 공원 앞을 지나던 오토바이는 좌회전하던 승용차와 부딪쳤다. 두 사람은 헬멧을 쓰고 있었지만 뒤에 타고 있던 문 씨는 충격으로 몸이 튕겨 나갔다. 머리를 크게 다친 문 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5시간 만에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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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차멀미가 심해 버스나 승용차를 타지 못했다. 차를 타면 2, 3일간 드러누워야 할 정도로 후유증이 컸다. 그래서 김 씨는 10년 전 125cc 오토바이를 구입했다. 고흥에서 광주까지 가려면 보성군, 화순군 등 2개 군을 거쳐야 했다. 도로 사정도 그리 좋지 않다. 꾸불꾸불한 2차로 지방도 구간이 많고 경사가 심한 곳도 있다. 승용차로는 1시간 반 거리지만 아내가 멀미하지 않도록 오토바이를 천천히 몰아 집에서 광주까지는 3시간 넘게 걸렸다.
김 씨 부부는 동네에서 저렇게 애틋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금실이 좋았다. 김 씨는 시장에 갈 때 꼭 아내를 태우고 다녔다. 곗날이나 마을 행사 때도 손을 잡고 다녔다. 아내가 아픈 뒤로는 한시도 떨어져 지낼 수 없어 바다 일도 그만뒀다.
“앞이 안 보이는 어머니는 아버지를 위해 손을 더듬거리면서 밥상을 차렸어요. 아버지는 자식들이 그렇게 말렸는데도 어머니를 태우고 그 먼 길을 달리시더니….” 김 씨의 큰아들(32)은 “어머니가 오토바이를 타면 아버지의 등이 그렇게 따뜻할 수 없다고 좋아하셨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