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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튠스 뮤직스토어’ 7년새 100억곡 판매

입력 | 2010-02-24 03:00:00

아이팟과 연계… 사용 편리함 무기로 세계최대 음악상점 성장
한국은 불법 다운로드 근절 매달리다 제자리걸음
美 디지털음악 시장 100배 성장… 한국 2.3배 그쳐




애플의 온라인 음악상점 ‘아이튠스 뮤직스토어’의 누적 음악 판매량이 100억 곡을 곧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오후 5시 기준으로 아이튠스의 음악 판매량은 99억8700만 곡. 아이튠스의 하루 음악 판매량은 1000만 곡이 넘기 때문에 한국 시간으로 24일 100억 곡 돌파가 확실시된다.

아이튠스 뮤직스토어는 애플이 자신들이 만드는 MP3플레이어 ‘아이팟’에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팔려고 2003년 4월 만든 온라인 음악상점이다. 노래 한 곡을 99센트(약 1150원)에 팔면서 인기를 끌었다. 2008년 4월에는 이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음반을 파는 회사였던 월마트의 판매량까지 뛰어넘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틀어 세계 최대의 음악 상점으로 성장했다.

○ 한국과 미국, 엇갈린 시장

아이튠스 판매량이 급증한 건 2004년부터다. 음악 판매와 아이팟 판매가 함께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인기를 끌었다. 아이튠스는 2004년 5월 1억 곡의 디지털 음악을 판매하며 세계 최대의 온라인 음악 시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비슷한 시기 한국에서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합법적인 디지털 음악 시장이라고는 아이튠스밖에 없는 듯한 시절이었는데 SK커뮤니케이션즈의 인터넷 서비스 싸이월드가 배경음악(BGM) 서비스로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싸이월드는 아이튠스가 1억 곡을 돌파한 지 1년 반이 지난 2005년 11월 1억 곡의 BGM을 팔았다. 당시 한국은 싸이월드 덕분에 미국에 이어 디지털 음원을 가장 많이 파는 나라였다.

5년이 지난 2010년 두 나라의 시장규모는 크게 차이가 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한국의 디지털 음악 시장 규모는 2007년 말 기준으로 약 4276억 원으로 2003년 1850억 원보다 약 2.3배로 늘었다. 이에 비해 국제음반산업연맹(IFPI)에 따르면 같은 기간 미국의 디지털 음악 시장 규모는 20억 달러(약 2조3000억 원)로 2003년(약 2000만 달러)보다 100배 가까이 늘었다.

○ 성공과 실패의 차이

한국과 미국의 디지털 음악 시장은 시장을 주도하는 회사부터 다르다. 미국에서는 애플과 아마존닷컴 등의 소프트웨어 전문회사가 음악 시장을 주도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동통신사가 음악 시장을 좌지우지한다. 이 때문에 국내 디지털 음악 시장 가운데 CD처럼 MP3음악파일을 사서 MP3플레이어로 듣는 ‘디지털 음원’ 시장은 전체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나머지 3분의 1은 싸이월드 BGM과 같은 ‘배경음악’이나 휴대전화 벨소리, 통화 연결음 등이 각각 차지한다. 반면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디지털 음악 매출이 음원 매출이다.

사용의 편리함도 크게 차이 난다. 애플은 음악을 공짜로 내려받기 위해 불법 다운로드하는 것보다 합법적으로 돈을 주고 사는 게 더 편하도록 환경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노래 한 곡을 불법으로 내려받으려면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일대일 파일교환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고 음반회사들이 불법 다운로드를 막기 위해 올려놓은 수많은 ‘가짜 노래’ 가운데 원하는 노래를 골라야 하며 실수로 컴퓨터 바이러스를 내려받을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튠스 사용자는 신용카드만 한 번 등록하면 원하는 노래를 찾았을 때 클릭 한 번으로 결제와 다운로드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디지털 음악서비스는 노래를 한 번 내려받으려면 수많은 보안프로그램과 결제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또 이동통신사들이 자사(自社) 휴대전화에서만 음악이 재생되도록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장치를 파일에 설치해 통신사를 옮기면 기존에 구매한 음악을 이용할 수 없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돈을 내고도 불편함을 더 감수해야 했던 셈이다.

국내 통신사 계열 디지털음악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업체들은 사용자가 합법적으로 음악을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돕기보다 불법 다운로드 방지에 집중한 측면이 있다”며 “DRM이 없는 음악을 늘리고 결제를 편하게 만드는 등의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