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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업체가 공교육 살리기 집회 연 까닭

입력 | 2010-02-09 21:24:44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 앞. 300여 명의 시위대가 비를 맞으며 가수 김수철 씨의 노래 '젊은 그대'를 불렀다. 노랫말은 "한국 교육 잠 깨어나라", "공교육이 무너지는 탁상행정 교육정책"으로 바뀌었다.

시위대는 노래를 마친 뒤 "늘어나는 사교육비 공교육 황폐화를 부추긴다"고 외쳤다. 교육청 앞까지 찾아와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고 집회를 연 이들은 놀랍게도 전국보습교육협의회 소속 학원 관계자들이었다.

공교육의 적(敵)으로 지탄받고 있는 학원 업주들이 공교육 정상화를 요구하고 나선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방과후교육 위탁업체를 인증하는 제도와 기관을 만들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날 집회에서 "정규수업 잘하는데 방과후학교 웬말이냐"라는 구호를 외쳤다. 방과후학교가 학교에서 학원식 수업을 하는 것으로 변질되면서 학교가 입시 위주의 사교육기관으로 전락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이들은 방과후학교 위탁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리를 막기 위해서는 아예 외부 업체에 위탁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원의 주장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일선 교사들은 정규 수업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방과후학교 수업의 상당수는 위탁으로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중근 서울시교육청 학교정책과장은 "학교에서 위탁 업체를 인증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인증제를 도입하면 비리가 발생할 우려도 줄일 수 있고 자격 없는 기관과 강사들이 학생을 가르치는 일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 과장은 "동네 컴퓨터 학원이 대부분 사라진 이유는 학교에서 컴퓨터 교육을 했기 때문"이라며 "방과후학교가 성공을 거두면 학원들이 타격을 받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2005년 도입된 방과후학교는 사교육비를 줄이고 소득 간 교육격차를 줄일 수 있는 대책으로 추진돼왔다. 방과후학교가 성공을 거둘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보습학원이다. 학교 수업 예·복습과 내신 대비와 같은 보습학원의 기능을 학교가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집회에서 조문호 한국학원총연합회 정책위원장은 "방과후학교는 적성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의무교육 원칙에 충실하도록 무상으로 제공해야 한다"며 "교과과정은 정규교과시간에만 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의 외침이 "학교는 우리의 영역, 우리의 밥그릇을 침범하지 말라"고 들리는 것은 왜일까?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